코로나가 지속되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강아지를 키우는 여유가 생겼거나,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감을 반려견을 키우며 치유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정치인들마저 앞다퉈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SNS 올리는 것을 보면 천만 반려인 시대라는 말이 과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에 대한 이해나 책임감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여전히 사람 중심으로 반려견을 대하며, 내 마음에 안 들면 버리기까지 합니다.
이런 오늘날 ‘개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 나왔습니다. 이미 출간 이후 해외에서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된 <개와 함께한 10만 시간>인데요.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무려 30여 년동안 개들을 키우며 관찰했는데, 그에 대한 내용들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0만 시간인데요. 저자는 관찰을 통해 개들에게도 그들만의 규칙과 언어 그리고 문화가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자가 장기간 개들을 관찰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습니다. 친구의 부탁으로 잠시 허스키 강아지 미샤를 돌보게 되었는데 매일 울타리를 넘어 수십 킬로미터까지 달려나갔다 돌아오는 미샤에게 흥미를 가지면서 관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개들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여러 개들이 어울려 사는 저자의 집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실수로 서열이 낮은 암컷이 새끼를 낳자 서열이 높은 출산견이 새끼 다섯 중 넷을 물어 죽였기 때문입니다.
서열이 높은 암컷 개는 평소 순한 성격을 가졌는데, 본능에 따라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셈이죠. 물론 그 개의 입장에서는 본능이며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겠지만요. 그 뿐만 아니라 늑대가 새끼에게 음식을 토해 주는 습성을 개들에게서도 발견했습니다.
서열이 높은 개는 높기 때문에, 낮은 개는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편안하게 생활을 하면서 말이지요. 더 나아가 자신의 서열에 맞는 행동을 함으로써 일종의 만족감까지 느낀다고 하니 생각보다 강아지들은 그들만의 관계가 꽤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들에게는 서열 외에도 서로간의 애정과 우정이 꽤 깊었다고 하는데요. 동료가 세상을 떠나자 밤새 울부짖기도 하고, 집을 떠난 친구를 매일 창문을 바라보며 기다리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인간과 개의 우정이나 애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키우는 반려견이 나보다는 같은 종인 개를 더 원한다는 사실에 서운함마저 느끼는데요. 저자의 관찰 내용을 통해 개들의 숨겨진 내면과 본능이 무엇임을 깨닫게 합니다.
다만 개들이 서로에게 헌신하고 때론 경쟁하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본능이며 그러한 삶을 개들이 원한다는 걸 이 책에서 잘 보여줍니다. 반려견 역시 인간처럼 사회적 동물이니니까요. 어쩌면 그 동안 너무 인간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 것은 아닌지, 너무 쉽게 그들의 본능을 일종의 문제거리로만 치부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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