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pecial / 작가의 자질 (feat. 쇼미더머니)

작가의 자질 (feat. 쇼미더머니)

“필력이 없는데 작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을까요?”

Portrait of serious focused concentrated lady entrepreneur hold hand pencil author make notes read analysis brunette hair style stylish trendy specs wear red pullover industrial.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건넨다. 강의와 코칭을 통해서 책을 쓰려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종종 받는 질문이다. 나 역시 오래 전부터 같은 고민을 했던 터라서 충분히 공감된다. 얼핏 생각해봐도 ‘필력’ ‘작가의 자질’ 사이에 연관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가 하면, 필력이 전부라고 답하기에도 어딘지 모르게 만족스럽지 못한 구석이 있다.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하기에 앞서 옆동네 창작자들, ‘래퍼’를 살펴보자.

요새 책을 출간하려는 분들 사이에선 카카오의 ‘브런치(brunch)’만한 등용문이 없어 보인다. 브런치에 발행한 글이 출판계 종사자의 눈에 띄었다면 어렵지 않게 출간으로 이어지곤 한다. ‘힙합 씬’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있다.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다. 수많은 래퍼 지망생들이 비트를 찍어 올리고, 자신의 랩을 녹음해서 업로드한다. 이 플랫폼에서 회자된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좋은 기회를 만난다. ‘사클(사운드클라우드)’ 말고도 훨씬 대중적으로 알려진 등용문이 있으니, 그건 Mnet의 <쇼미더머니>다.

Full length / one man only / one person / front view of 20-29 years old adult handsome people caucasian male / young men singer / musician standing / dancing in front of black background wearing canvas shoe / jeans / pants / t-shirt / shirt who is singing / happy and holding microphone / black color / back lit / hip-hop

비즈니스의 규모도 현저하게 다르고, 그 기능도 각기 다르지만 ‘출판 씬’과 ‘힙합 씬’ 모두 창작자가 무언가를 만들어 대중에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나란히 놓고 관찰하기에 좋다. 이를테면, 이들이 창작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작가들의 그것과 비교해보는 것이다. <쇼미더머니9>에 출연한 머쉬베놈은 창작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그냥 나올 때까지 하는 거지.” 맞다.글을 쓰는 일이나 곡을 쓰는 일이나 엉덩이 붙이고 작업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결과물도 낼 수 없다.  

창작 과정 말고도 ‘래퍼의 자질’을 줄곧 훔쳐본다. 언급한 김에 머쉬베놈의 자질을 떠올려보자. 누군가는 그가 게임 업계와 협업을 하는 등 비즈니스맨으로도 성공적인 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도 있겠다.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그의 ‘구수한 멋’이다. 힙합 씬에 대해 아는 바는 적지만 ‘구수한 멋’을 그처럼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머쉬베놈이 랩을 하면 폭소를 동반한 유쾌한 반응 일색이다.

Silhouette of flexible female circus artist doing handstand on the dramatic sunset and cityscape. Concept of individuality, creativity and outstanding.

‘멋’ 하니까, 이번에는 빈지노가 떠오른다. ‘멋’이라는 단어를 사람으로 형상화하면 빈지노가 된다는 말이있다. 그의 멋에 반한 사람들은 빈지노의 랩은 물론이고 그가 런칭한 의류 브랜드 ‘아이앱 스튜디오’의 제품에 기꺼이 지불한다. 이 밖에도 래퍼의 자질은 다양하다. ‘명상 래퍼’로 불리는 김하온은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가사를 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가사가 나오기까지 그는 분명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썼을 것이다. 최근에 군 입대를 한 비와이는 어떨까. 발성과 발음이 그의 대표적인 자질이다. 거기에 더해서, 대체 우리말을 하는 건지, 외국어를 하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게 랩을 하는 그의 ‘발음 연구’ 자체가 하나의 고유한 자질이라고 할 만하다.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래퍼의 자질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자질도 모래알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내 경우엔 생소한 두 가지 영역을 한 데 연결지어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지난 6월에 출간한 《콘텐츠 가드닝》 ‘가드닝’이라는 관점에서 ‘콘텐츠’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라보려는 시도에서 나왔다. 서로 다른 영역의 이야기를 접목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자질이자 내 글의 재질인 셈이다.

Handsome man sitting in his office and working on laptop

그러니, 누군가 자신의 ‘필력 부족’에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다면, 작가의 자질에 대한 시야를 넓게 가져보라고 말하겠다. 거기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작가의 자질’이 펼쳐져 있다. 아직 이야기되지 않은 것을 발굴하는 안목, 자신의 내면을 누구보다도 깊게 들여다보는 용기, 무겁고 딱딱한 소재를 말랑하게 풀어내는 재치,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줄 아는 능력,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정서를 집요하게 관찰하는 힘, 별 것 아닌 나만의 취향을 한껏 상상해서 부풀려 말하는 능력 등, 작가의 자질은 다양하다. 어쩌면 작가들이란 그저 자신의 ‘사소함’‘특별함’으로 명명할 줄 아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필력’이라는 조명을 꺼보라. 그제서야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던 나만의 또 다른 자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작성자: 서민규 책키라이터

About checkilout

책키라웃 테스트 구독자 계정

Check Also

KakaoTalk_20240424_114835643_02

[서평단 당첨자 발표] 초지능

  서평단 당첨자 발표 안녕하세요. 책키라웃입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한 마음 속에 마친 서평단 이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