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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칼럼] 산간벽촌에 동네 책방을 열었습니다 <2>

2021년 지역문화진흥원 <문화가 있는 날 동네책방 문화사랑방 지원사업>에 심사위원과 멘토링을 맡았습니다. 이제 막 책방 문을 연 초보 책방지기이지만 귀촌하기 전, 서울에서 본업인 출판과 함께 작은도서관 관장을 맡아 도서관 활동가로 있었고 지역을 기반으로 여러 문화기획, 교육 일을 해왔기 때문에 종종 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참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책방을 시작하려는 저에게 이미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책방지기들을 직접 만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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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을 하는 동안 전국에 특색 있는 여러 책방지기들을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전통적인 서점, 책방의 이미지를 깨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로 대표되는 대형서점들의 매장 풍경과 참고서나 문제집 사러 찾아가던 동네 학교 앞 서점, 이 두 개의 풍경을 합쳐 놓은 것만 같은 지역 중형서점.. 우리가 책방이라 떠올리는 익숙한 그림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동네책방은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문화공간이자 사랑방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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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 가득 빼곡히 채워진 책들이 그 공간의 주인 노릇을 하는 곳이 아니라 작은 공간, 적은 책이 있을지라도 그곳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문화가 있고 나눔이 있었습니다.

함께 모여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지역의 이슈, 아이들의 교육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 필요한 인문 사회적 가치를 책방에서 향유하고 예술가들의 다양한 전시와 공연도 일상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책방에서 비건 문화와 생태환경을 다루고, 지역 청년들이 만든 책방에서는 청년과 청소년의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상가 밀집 지역에 있는 책방은 인근 상인들이 마음껏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영화제와 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환경, 여성, 인권, 정치 등 책방이 내세우는 특색 있는 가치를 지역주민과 함께 하며 실천적인 대안까지 모색하고 있는 현장을 보면서 예전에는 단순히 책만 팔면 되었던 책방지기가 이 책과 사람을 잇고 지역과 소통하며 문화를 기획하는 사람으로 그 역할이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 덕분에 변화된 동네책방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고 만났던 책방지기들에게 감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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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문화잇다는 전체 6평이고, 그마저 일부 사무공간을 제외하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4평 정도에 불과합니다.

평면 서가는 둘 수 없고 최대한 양쪽 벽면을 활용해 서가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표지가 노출되는 서가는 면적이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그마저 일반 서가로 활용하기로 합니다.

그런 다음 책을 어떻게 공급받을지를 정해야 했습니다. 책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출판사와 직거래 하는 방식과 도매를 통하는 방식이 있고 둘 다 선입금을 하고 책을 받아야 합니다. 기존에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오랫동안 출판마케팅을 해 온 필자여서 이 점에 대해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만 책을 공급받는 공급률이 문제인데 출판사는 개별 출판사마다 60~65% 선이였고 도매는 70~80% 선으로 책마다 달랐습니다. 출판유통에서 마진폭이 결정되는 이 공급률은 매우 중요한데 그동안 출판사 대표로 보던 시각과 책방 경영자로 받아들여지는 입장이 이렇게 다르구나를 이때 처음 경험했습니다. 책방 입장에서는 필요한 책을 최대한 낮은 공급률로 받게 되는 게 제일 좋지만 출판사는 그 반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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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 위치도 잡았고 책을 어떻게 받을지도 결정했으니 남은 건 북 큐레이션! 책방 북 큐레이션은 그 책방의 성격과 책방지기의 취향이 나타나기 마련이어서 책방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에서 괴산으로 귀촌하면서 사과박스 60개 분량의 책을 들고 내려왔다는 것 입니다. 1박스에 15권 만 담았다고 해도 900권이네요. 이 많은 책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책을 다시 들이기에는 공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고심 끝에 보유하고 있는 책을 헌책으로 팔고 서가가 비면 본격적인 북 큐레이션을 해 서가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한시적으로 책방을 헌책방 콘셉트로 가져가게 된 것 입니다. 갖고 있던 책을 다 꺼내 문학, 사회, 역사, 철학, 인문, 경제경영, 예술 분야로 나눠 서가에 비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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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책방은 책은 따로 진열해서 책 만드는 책방지기 라는 점을 브랜딩 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헌책으로 구성된 서가이나 책방지기의 엄선 컬렉션이 입혀져 꽤 그럴싸한 책방의 모습이 갖춰지게 되었습니다.

책방을 오픈하면 손님들이 마구 찾아올 거라 생각은 안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심 관심을 갖고 한두 명이라도 찾지 않을까 기대감이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 작성자: 천정한 책키라이터 
(도서출판 정한책방 / 책방 문화잇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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