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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칼럼] 기성세대와 시스템에 대한 조롱을 담은 18세 마약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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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플레이크스.나는10대때 마약왕이 됐다.ⓒNETFLIX

 

평범한 아이가 독일 최대 마약 유통왕이 되다.

독일의 평범한 18세 소년이 있었다.이름은 막시밀리안 슈미트. 그는 어머니, 어머니의 남자친구와 함께 살았던 수줍은 소년이었다. 막시밀리안은 친구나 여자친구도 없이 컴퓨터와 인터넷에 빠져 살았다. 다크웹의 세계에 입문한 그는 범죄 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크라임 네트워크에 자주 접속하며 운영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바이러스를 심어 남의 웹캠을 살펴보는 등 시간을 때우던 그에게  인터넷으로 만난 친구는 마약 딜러를 소개해줬다. 마약을 판매하는 프로세스를 이해한 막시밀리안은 모아놓은 용돈으로 마약 유통을 직접 해보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마약 딜러에게 마약을 공급받고 다크웹에 ‘샤이니플레이크스’ 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판매에 뛰어들게 된다. 기존 마약딜러가 지역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막시밀리안은다크웹을 통해 독일 전역에 마약을 판매하고 독일 우체국을 통해 배달을 했다.거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금 지불은 비트코인으로 받는 치밀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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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플레이크스. 나는10대때 마약왕이 됐다.ⓒJustwatch

 

Z세대가 만든 마약구매 서비스 ‘샤이니플레이크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명한 마약상의 온몸에 문신이 있고, 총을 휴대하고 있으며 폭력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그에 반해 막시밀리안의 ‘샤이니 플레이크스’는 Z세대의 특성을 마약 판매 쇼핑몰에 접목 시켰다. 디지털 네이티브에 맞게 소셜미디어 홍보하고 구글 검색을 통해 샤이니 플레이크스가 노출될 수 있도록 작업했다. 그는 고객의 관점에서 쇼핑몰을 기획하고 제작했다.

 

  1. 고객이 물건을 구매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

마약을 구매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물어볼만한 내용들을 FAQ를 만들었고 평점이 좋은 구매리뷰는 상위노출하고 나쁜 평점의 리뷰는 빠르게 삭제했다. XBOX를 디스플레이 삼아 제품이미지 사진도 구매 전환율이 높도록 화려하고 욕망 가득하게 편집하여 상세 페이지를 만들었다. 

 

  1. 고객에게 최저가를 제공하기 위한 대량구매 원가구조

판매하는 상품 종류도 다른 곳에 비해 많았으며 대량구매를 통해 원가를 낮추는 전략을 사용했다. 마약을 포장하는 봉투의 크기도 1g, 5g, 10g 식으로 소분하여 고객이 원하는 양도 맞추고 재구매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했다.  

 

  1. 빠른 배송서비스와 고객감동서비스

판매하는 마약의 품질은 기본 품질로 유지했고 독일 우체국의 빠른 소포 배송을 통해 새벽 배송처럼 구매자가 원하는 시점에 받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1.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전세계 고객을 확보

샤이니플레이크스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믿을 수 있고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그의 사업은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을 넘어 북미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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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일지라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커다란 악을 저지를 수 있다. 그건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모르는데서 나온다. 성찰하지 않는 인간이 어떤 가공할 결과를 초래하는지, 서로 죽고 죽이는 폭력의 매커니즘이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아이히만의 사례는 잘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강제 이주와 학살 실무를 담당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은 명령에 복종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고 자신이 담당한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한 것에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유대인 학살 혐의로 체포될 당시에도 자신은 잘못을 하지 않고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막시밀리안은 낮에는 음식점 알바를 하고, 저녁에는 집에서 마약 주문을 받아 포장하고 우체국 배송하는 일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삶을 파괴하는지에 대한 자아성찰은 없었다. 독일 최대의 마약 판매상으로 악명을 떨쳤지만 그는 마약을 투여한 경험이 없었다.

 

마약을 인터넷 쇼핑몰의 하나의 상품 코드처럼 취급하고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는데 희열을 느꼈다.

 

꼬리가 잡히다.

모든 범죄는 꼬리가 길면 잡히게 되어있다. 빠른 배송을 위해 독일 우체국을 통한 마약 배달은 주소지 오류로 인해 반송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독일 라이프치히 경찰의 주목을 받게된다. 

반송되는 주소가 가짜 주소라는 것을 알게 된 경찰 당국은 범인의 활동 반경이 관할 내에 있다는 것과 샤이니플레이크스라는 쇼핑몰을 발견하게 된다. 

결제 수단인 비트코인의 계좌 소유자를 찾는 건 어려웠고 미국에 개설한 쇼핑몰 서버에 대한 정보도 암호화되어 단서를 확보하는데 실패한다. 독일 특유의 관료제와 관할주의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장애물 역할을 하게된다. 막시밀리안의 꼬리는 그가 거래하던 마약 딜러가 검거되면서 잡히게 된다.

 

검거 당시 그는 집에서 마약을 소분하고 포장 중이었으며 독일 경찰은 독일 최대 마약 유통왕의 근거지가 가정집 내 범죄자의 방이라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Money takes all

독일 최대 마약 유통왕이었던 막시밀리안슈미트의 범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과 오버랩되었다. 최근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저지를 수 있다!”는 인식들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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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다녀온 것을 유튜브로 자랑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고.부끄러움이나 거리낌 없이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디지털 툴과 구조에 익숙한 Z세대는 남에게 인정받는 자존감의 표현 수단으로 돈을 대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남들보다 빠른 은퇴를 이야기하는 ‘파이어족’의 등장과 ‘부의 추월차선’으로 대변되는 조기 은퇴의 강박증으로 한탕주의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는 걸 보게 된다.

 

독일 최대 마약 유통왕이었던 막시밀리안슈미트는 갱단 소속도 아니었고 낮에는 알바하고 저녁엔 쇼핑몰로 마약을 판매하는 평범한 모습의 학생이었다. 그에게 부족한 건 친구가 아닌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Easy Come, Easy Go” 라는 속담이 있다.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다는 뜻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Z세대에게 샤이니플레이크스 다큐멘터리를 추천하는 이유는 마약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돈을 버는데 있어 ‘일의 의미와 가치’를 한 번쯤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의 재산을 축적하는 방식이 사회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서 버는 것인지 아닌지를.

                                                                                                                     

                                                                                                         – 책키라이터 박정민

(더블크루 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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