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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칼럼] 글라트베크 인질극 속 독일 기레기의 모습과 닮은 사이버 렉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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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8월 16일 새벽 독일 글라트베크.길 건너에 있는 은행을 바라보던 2명의 남자가 있다. 그들의 이름은 디터데고르스키와 한스위르겐뢰스너.불우한 삶을 살았고, 은행을 털고 달아나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을 가진 두 명의 사내는 술에 취한 상태로 무언가의 결심을 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권총을 손에 든 채도이치방크의 한 지점을 습격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목격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면서 다큐멘터리는 시작한다. 대부분의 다큐멘터리가 사건을 편집하고 인터뷰를 삽입하여 제작하는데 반해 글라트베크 인질극은 54시간의 인질극 기록을 담은 형태로 제작하였다.

경찰이 충돌하자 사태가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한 용의자들은 은행 직원들 중 2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기 시작한다. 경찰의 투항 설득에도 불구하고, 용의자들은 권총을 쏘며 그 당시 큰돈이었던 30만 마르크와 차량을 요구한다. 용의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 독일 경찰은 돈과 차량을 제공하고 용의자들은 인질과 함께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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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극의 첫 희생자 발생

용의자의 여자친구인 마리온까지 인질극에 합류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아우토반을 거쳐 브레멘으로 향한 용의자들은 32명의 탑승객을 태운 버스를 납치한다. 그들이 데리고 있는 인질로는 안전하게 탈출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다수의 승객을 인질로 잡는데 성공한다. 과정을 지켜보던 독일 언론 기자들은 특종을 따내기 위해 인질범 주위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기자들은 총을 든 용의자들에게 다가가 담배를 권하며 인질범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총을 들고 다니는 용의자의 모습과 공포에 질린 인질들의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공개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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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과 인질범들이 대화를 하고 있던 사이 독일 경찰은 휴게소 화장실에 들른 마리온을 체포한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경찰에 붙잡힌 것을 알게 된 레스너는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인질들을 하나씩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과정에서 14세의 버스 승객이 뢰스너가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사망하게 된다. 경찰은 마리온을 돌려보냈지만 14세 이탈리아 소년을 살릴 수는 없었다.

용의자들은 버스기사를 위협해 독일을 벗어나 이웃나라 네덜란드로 향하고 경찰관 1명이 추격 과정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는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종을 잡기 위해 경찰 정보를 넘기다

1988년 8월 18일 오전 2시 30분. 네덜란드 경찰의 요구로 아이들과 여성을 풀어준 용의자들은 새로운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BMW 차량으로 인질을 데리고 쾰른으로 향한 뢰스너 일행은 언론과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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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장면의 사진이다. 언론사는 살인 용의자 뢰스너의말을 필터링 없이 그대로 기사로 노출했다. 특종을 잡으려는 기자들은 경찰 정보를 넘겨주면서까지 용의자들에게 다가섰고, 용의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심부름까지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포츠 중계와 같이 인질과 인질범들을 교차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면서 용의자와의 친밀 여부가 기자의 능력을 보여주던 야만의 시대였다. 

용의자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인질의 인터뷰도 현장에서 이뤄졌는데 기레기(기자는 쓰레기)의 원조는 독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질문도 저급했다.

“지금 용의자가 당신 턱 밑에 권총을 대고 있는데 심정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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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의 죽음으로 끝난 납치극

 

8월 18일 오후 1시 40분 인질극은 국경으로 향하던 인질범의 차량을 바리케이드 친 경찰이 들이받고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끝을 향하고 있었다. 인질이었던 실케비쇼프가 총을 맞고 사망하고 납치범이 체포되면서 54시간이라는 긴 시간의 인질극은 끝이 났다.

납치범인 뢰스너와데고프스키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며데고프스키는30년 복역 후 출소해 새 삶을 살고 있다. 뢰스너는 지금도 감옥에서 수형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나중에 합류한 마리온은 9년형을 선고받고 6년 만에 모범수로 석방되었다. 

글라트베크의 인질극 이후 언론사의 범행 중인 범인의 언론 인터뷰는 금지되었고, 독립적인 중재 시도 역시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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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렉카의 등장 

한국에서 만든 신조어로 영어권에도 소개된 사이버렉카(Cyber Wrecker)는 남들보다 교통사고 현장에 빠르게 도착해서 이득 (조회수,인지도,광고수익)을 얻는 렉카차 기사를 빗댄 단어이다. 

온라인 이슈가 발생하면 논란을 짜깁기하여 사실관계 확인 없이 ‘아님말고’라는 식으로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를 지칭하는데 주로 사용하고 있다. 사이버렉카의 등장으로 인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크리에이터들을 저격하는 영상들이 늘어났고 이들을 추종하는 팬들로 인해 BJ잼미와 배구선수 김인혁님이 우울증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의 연예 기사 댓글 금지 이후 사이버렉카의 영향력은 커지게 되었다. 이들이 생산하는 루머는 온라인상의 집단괴롭힘 현상인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이버렉카는 사실과 확인되는 않은 정보를 교묘히 뒤섞고 문제가 될 경우 해명이나 사과 없이 문제가 된 콘텐츠 클립을 삭제하거나 채널을 닫고 잠수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심판자와 중재자의 모습을 가졌던 글라트베크 인질극 당시 독일 언론 기자의 모습이 30년이 지난 한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언론의 의제 설정 능력이 떨어져 예전과 같은 권위를 얻기 힘든 시절이 되면서 사이버렉카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유튜브를 접속하면 나오는 사이버렉카의 높은 조회 수를 보면서 글라트베크 인질극 당시의 언론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

– 책키라이터 박정민

(더블크루 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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