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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칼럼] 미니 카라반과 함께한 제주 여행의 기록

카라반을 끌고 다니는 예능 ‘바퀴 달린 집 시즌 4’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기 아이돌도 아닌 중청년 남자 셋이 먹고 자는(?) 이야기가 시즌 4까지 찍을 만큼 인기가 많은 건, 역시 “바퀴 달린 집”에 대한 로망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애 초기 때부터 캠핑을 다닌 우리 부부도 어쩌다 캠핑장에서 에어스트림이나 정박형 카라반이라도 마주치는 날에는, 우리도 언젠가 작은 카라반 하나 사서 끌고 다니자 꿈꾸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우리 미니쿠퍼도 끌 수 있다는 작은 카라반 티큐브를 발견하게 됐고 마침 육지로 나가는 일정이었던 다음 날 전시장에서 계약 완료, 제주로 데려오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꿈꾸던 알빙(RVing)을 제주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 알빙: RV + (Camp) ing, 즉 RV 차량 + 캠핑을 합친 용어

우리 카라반은 침대와 테이블, 가스레인지, 태양열과 전기 충전 배터리로 운용할 수 있는 작은 냉장고, 간이 화장실, 30리터의 물 등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1년이 좀 넘는 기간 동안 이 자그마한 카라반을 끌고 70회 넘게 출정했으니 제주 구석구석 정말 부지런히 많이도 다녔네요.

그중에 가장 많이 기억에 남은 장소와 추억을 기록해 볼까 합니다.

[새별 오름]

가을에 카라반을 데려왔기에 가을 제주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새별 오름으로 갔습니다.

역시는 역시였고, 카라반 안에서 보는 갈대는 기대보다 더 환상적이라 오일장에서 사 온 떡볶이와 김밥이 세상 어느 미슐랭 식당보다 더 맛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아도 될 만큼 광활한 주차장, 화장실과 푸드 트럭까지 있는 곳이라 지금도 새별 오름은 알빙하는 분들이 많이 머물렀다 가시는 장소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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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 사계해안]

송악산 둘레길은 사방으로 탁 트여있고, 우도와 가파도 섬이 잘 보이는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바로 옆 사계해안도 이국적인 느낌의 바위 해변과 형제섬 뷰가 멋져서 카라반 창문이 그림 액자가 되는 멋진 곳이죠.

처음으로 송악산에 머물렀던 날 새벽 카라반 창문을 열었다가 눈앞에서 올라오는 일출에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남쪽으로 왔는데 왜 동쪽에서 떠야 할 해가 눈앞에서 뜨는지?!’

남편이 보여주는 동쪽으로 돌출된 지형 지도를 보고 겨우 이해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남쪽 제주에서 동그란 해를 맞닥뜨린 기분이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새벽녘 일출을 보고 끼무룩 다시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먹는 커피와 빵 한 조각이면 완벽한 주말의 아침이 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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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 광치기 해변]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한 해의 마지막 날 찾아갔던 광치기 해변, 그날의 따스하고 안온했던 새벽녘 시간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출을 보기 위해 동트기 전 날선 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나온 많은 인파들 뒤로, 우리 부부는 따뜻한 카라반 안에서 갓 끓인 커피를 마시며 일출을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일출을 보고 북적이던 인파와 차량이 빠질 때를 기다리며 새해 떡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그날 우리의 작은 카라반은 정말 어느 고급 호텔보다 더 멋진 뷰와 따뜻한 온도를 제공하는 숙소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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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능 해수욕장]

제주에서 우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해수욕장.
비양도가 보이는 금능과 협재 해수욕장입니다.

제주에서도 손에 꼽는, 정말 그림 같은 바다 색상을 보여주는 금능으로 종종 카라반을 데리고 갔습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차량 진입이 막혀 있습니다.)

금능 포구부터 협재 해수욕장 안쪽 마을까지 산책하면서 “이 집이 예쁘네요.” “저 가게는 바뀌었네요.” 동네 유지마냥 순찰하고 샌드위치나 도시락을 사서 카라반으로 돌아오곤 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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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은 충분히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는 생각에 좋은 분께 떠나보내고 좀 더 기동력이 좋은 캠핑카를 구입할 예정이었지만, 또 다른 로망이었던 마당 있는 집에 살게 되면서 캠핑카는 언젠가 이룰 인생 목록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작지만 소중했던 미니 카라반으로 제주를 누렸던 시간들은 추억으로 남아 지금도 그 간간이 “그때 정말 좋았죠”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바퀴 달린 집을 한 번이라도 고민하신 분들이라면, 고민만 하지 말고 꼭 도전해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네요.

– 책키라이터 오효정 (얀새)

오효정 (얀새) 님은

제주살이 6년 차

캠핑과 여행을 좋아하며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10년 차 부부

제주 중산간 시골마을에서 두 식구
안온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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