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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칼럼] 오늘도 운동 완료! MZ 세대 마케터의 운동하는 마음

누군가 취미를 물어오면 스물 하고도 몇 년 동안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책 읽기요.” 출판사에서 일하는 대다수의 사람처럼 어릴 적부터 책을 읽는 게 가장 즐거웠다. 앉은 자리, 혹은 누운 자리에서 다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같은 이유로 음악 혹은 영화와 드라마 감상도 취미였다. 이쯤 되면 눈치챘을 것이다. 운동과는 영 거리가 먼 몸치로서 나는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활동은 일상에서 밀어내어왔다.
하지만 좋아하던 책을 홍보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정말 거의 하루 종일 앉아만 있게 되었다. 원고를 읽고,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만들면서 구부정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다 보니 허리가 굽고, 어깨가 둥그렇게 말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거북이가 될 수는 없었다. 체형 교정에 탁월하다는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어느덧 3년 차가 되었다. 이제는 취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제 취미는 필라테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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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의 몸을 만들어 사진으로 남기는 ‘보디 프로필’ 붐에서 알 수 있듯, 나뿐만 아니라 많은 내 또래들이 운동을 취미로 삼는다. 몸을 만드는 운동만이 아니라 등산, 러닝, 골프, 테니스, 수영 등 자기에게 잘 맞는 운동을 찾는다. 보통 우리 MZ 세대 사이에서 운동이 트렌드가 된 이유를 SNS의 발달로 겉으로 보이는 것에 신경 써서,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집 안에 갇혀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물론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운동하는 MZ 세대 당사자로서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우리가 운동에 열광하는 이유는 사실 잘 살고 싶어서다. 잘 살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체력을 길러서 건강해지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내 삶이 내 생각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고 싶은 것이다.

 

학창 시절까지만 해도 우리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간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공부한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취업하여 사회에 진출하며 내던져진 사회는 개인이 제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재한 곳이다.
부모보다 잘 살 수 없는 최초의 세대인 우리에게 내 집 마련은 멀게만 느껴진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치열하게 경쟁해서 직장에 들어가지만, 입사해서는 제대로 일하는 법을 몰라 좌충우돌하면서 종종 좌절한다. 서로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깊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선 인간관계도 쉽지 않다. 연인이나 친구, 가족과의 관계는 작은 실수 하나에도 틀어진다. 열심히만 한다면 보상받을 줄 알았는데, 뚜렷한 보상은커녕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더라도 끝없이 ‘노오력’해야만 하는 현실에 무기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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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하나 내 생각처럼 되지 않는 현실에 지쳤을 때, 필라테스 수업을 듣다가 깨달았다. 다른 건 몰라도 내 몸만은 내 뜻대로 된다는 것을 말이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아주 기본적인 동작도 따라 하기 쉽지 않아 민망해하며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문득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본 동작들을 너무나 쉽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운동은 내가 당장 조금 힘들어도 꾸준히만 한다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살이 조금 빠진다거나, 근육이 조금이라도 붙는 것이 눈에 보일 뿐 아니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까지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을 안겨준 현실과 다르게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게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 운동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로 가득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감을 충전하기 위한 일상의 리추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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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변하는 내 몸을 보며 얻는 성취감과 자신감 때문에 운동을 한다고 실컷 이야기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필라테스 고수의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도 이해하지 못해서 동작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코어 근육이 부족해서 부들부들 떨면서 살려달라고 속삭이는 등 기행을 때때로 저질러 필라테스 선생님을 웃게 만든다. 그렇지만 오늘도 필라테스를 하러 간다. 체력을 길러 좀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 운동을 하며 얻은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졌다는 작은 성취로 일상 속 수많은 노력을 긍정하기 위해.

 
-책키라이터 황예린
(갈매나무 출판사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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