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책 제목부터 내용까지 주목을 끌며, 8개월 만에 3만 부를 돌파한 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썅년의 미학>인데요. 이번에 그 후속작 <썅년의 미학, 플러스>가 출간되었습니다. 첫 책에서 보여줬던 만화와 에세이가 좀 더 보완되고 진화한(?) 말투로 돌아온 것인데요. 아마 여성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속이 다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페미니즘 도서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책은 페미니즘 입문 도서로 꼽힐 만큼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벗어나 일상생활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충들과 불합리한 일들을 만화로 재미있게 보여주지요. 또 제목처럼 거칠고 센 말투로 이야기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누군가를 (예를 들면 남성) 공격하거나 깍아내리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동안 여성들이 너무나도 당연시 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성차별적인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여자라서, 여자니까 참고 겪어야 했던 불합리한 일들을 이젠 목소리를 높여 아니라고 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을 잘 지적한 책이지요.
필자 역시 가부장적이지 않고, 다소 개방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해 보면 ‘여자’ 혹은 ‘딸’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듣고 자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에 대부분 공감을 했습니다. 그 중 한 이야기는 필자가 겪은 사례와 비슷해 기억이 납니다.
저자는 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에게 아침밥을 차려드렸는데, “딸이 응당 아빠 아침밥 정도는 차려주는 거죠.”라는 아빠 말에 저자는 화가 났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저가가 조금 예민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필자는 공감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부모님이기에 아침 식사를 차려드릴 수는 있지만 그것이 ‘딸’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면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 남동생이나 오빠였다면 듣지 않아도 될 말이기에 아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화가나는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지적하듯 말엔 힘이 있어 아무리 결과가 똑같다 하더라도 말에 따라 해석은 크게 달라집니다.
아마 많은 여성분들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살아가면서 성차별적인 농담이나 불공정한 상황, 그리고 차별적인 말들로 속상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입니다. 혹 그런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릴 적부터 여자니까, 여자여서 참고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들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여자건, 남자건, 어떤 성별이건, 뭘 하건 개인적인 판단 대신, 있는 그대로 사람을 볼 수 있는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썅년의 미학, 플러스>는 읽는 내내 웃기면서도 공감이 되어 마음이 뭉클한 책이었습니다. 물론 읽는 사람에 따라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남자와 여자를 가르기 보단 조금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며 어떤 인식이 필요한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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