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주할 ‘일의 미래’에 대해 먼저 살아본 사람의 지혜를 구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우리 나라에는 ‘관점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있다. 이 책은 ‘관점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관점의 직업을 만들어 낸 박용후의 두 번째 책이다. 초판이 2015년 3월에 나왔으니 5년전에 나온 책이다. 그의 첫 번째 책 <관점을 디자인하라>를 읽어보지 못했지만 당시 제목 하나로 일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에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20여개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으로 알려지면서 본인이 만든 직업의 가치를 쌓아가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온 지 5년만에 내 손에 들어왔다. 나는 작년 7월 열 한번째로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를 했고 그 뒤로 흔히 ‘프리랜서(freelance)’라고 불리는 지위에서 일을 하고 있다. 벌써 8개월 넘게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크고 작은 혼란의 시간을 겪고 있던 터였다. 내 이름 앞에 나를 수식하던 회사명이 처음으로 없어졌고, 하루 8시간을 의무적으로 보낼 공간과 내 책상도 없어졌다. 위아래 옆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도 없고 덩그러니 알몸으로 세상과 마주보고 있는 심정이었다.
이 책 처음에 인간에게는 두 가지 종류의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걸 할 자유’와 ‘하고 싶지 않은 걸 하지 않을 자유’. 둘 중에 하나만을 골라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겠냐고 묻는다. 샐러리맨(Salary man)으로익숙하다면 ‘하고 싶지 않은 걸 하지 않을 자유’를 선택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샐러리맨에게는 두 가지 종류의 자유 중 하나를 선택할 권한이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하고 싶은 걸 할 자유를 얻으면 나머지 자유는 저절로 얻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지낸 몇 개월의 시간 동안 내게도 선택권은 없었다.
선택권을 손에 쥐며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책에서는 ‘오피스리스 워커(Officeless Worker)’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일하는 사람들. 조직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일이 즐겁고 자연스럽게 더 나은 결과물을 낳는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희소한 가치를 여러 프로젝트에 분산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나와 같은 프리랜서나 오피스리스 워커 혹은 퇴사 후의 삶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점’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혜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시스템적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재택근무의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
한 공간에서 8시간을 의무로 보내야 했던 샐러리맨들에게 독특한 경험이 쌓이고 있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내 일을 다 해내는 경험이다.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영 불안했던 터인데, 재택근무를 하더라고 일의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제약이 효율성을 끄집어내고 있다. 시간으로 담보하던 일의 가치가 결과물로 바뀌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 그에 걸맞은 사고의 그릇이 필요하다. <나는 세상으로 출근한다>는 변화된 시스템 안에서 우리 각자는 어때야 하는지 먼저 살아본 사람의 지혜가 가득 담겨있다. 5년전에 쓴 책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지금의 이야기이다. 언젠가 프리랜서로 살기 위해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명확한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스스로 그것을 다잡지 않으면 언제든 무너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자기 인식은 일에 대한 생각, 직장에 대한 생각,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 돈보다는 혼을 추구하는 자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습관 등 다양한 생각의 결과물로부터 얻을 수 있다. 책을 통해 박용후 작가의 경험을 읽으며 그것을 내 생각과 맞춰봄으로써 나의 내공을 그와 겨뤄볼 수도 있다.
‘당신이 꿈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면, 누군가 자기 꿈을 이루는 걸 도우라고 당신을 고용할 것’ 이 책에 등장하는 문구다. 우리는 결국 우리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짧아진 정년도 우리를 압박하지만, 어릴 적 창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기업을 일궈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우리를 압박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그 길을 가는 것도 어렵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 한마디는 은근히 힘이 된다.
“어려운 일이라면 어렵게 하면 돼.”
박용후 작가가 이 책 마지막에 소개한 마크 트웨인의 글을 나 역시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여러분에게 소개하며 마무리 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가 큰 변화의 시점이라고 느끼는 여러분이라면, 나도 이제 무언가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느끼는 여러분이라면 이 책이 여러분을 응원해줄 것이다. 응원하며,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지금으로부터 20년 후면 여러분은 자신이 한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에 더 낙담할 것입니다. 그러니 가로돛의 양끝 밧줄을 풀어 던져 버리십시오.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항해를 하십시오. 당신의 돛으로 무역풍을 타십시오. 탐험하고, 꿈꾸고 발견하십시오. (마크 트웨인)
– 책키라이터 : Dr. 피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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