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 자주 등장하는 해시태그가 있습니다. 바로 #고잉그레이(#GoingGrey)입니다. ‘고잉 그레이’는 흰머리를 염색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중년 층은 물론 20~30대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사실 흰머리 하면 늙고 게으른, 자기 관리에 소홀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흰머리를 한 사람을 스타일리쉬하거나 아름답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지요. 그럼에도 그레이 헤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흰머리가 주는 자연스러움과 흰머리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레이 헤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쯤 눈길을 끄는 책이 있어 읽게 되었습니다. 도서 <고잉 그레이>인데요. 일본에서는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입니다. 작가인 아사쿠라 마유미를 필두로 일본에서 그레이 헤어 열풍을 일으킨 도서이지요.
이 책은 염색을 중단하고 흰머리를 선택한 32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그녀들이 왜 그레이 헤어를 선택했는지, 그레이 헤어가 주는 장점이 무엇인지, 흰머리를 멋스럽게 꾸미는 그녀들만의 방법은 무엇인지 소개합니다.
책에서는 그녀들이 염색을 중단한 이유가 다양하게 나오는데요. 어떤 이는 염색이 몸에 해로워서, 어떤 이는 염색이 주는 번거로움과 수고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이는 좀 더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서 등, 제 각각의 이유로 흰머리를 선택했습니다. 그 중 공감이 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흰머리에 대한 고정관념인데요. 이런 고정관념은 유독 여성에게 더 심합니다. 예를 들어 흰머리를 한 남성은 중후하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흰머리를 한 여성은 ‘늙고 게으른 여자’라는 평가를 받곤 합니다. 직장을 다니거나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라면 타인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자 염색을 선택합니다. 책에서 소개 된 나가이 씨 역시 건축업이라는 남성 위주의 업계에서 일하면서 염색을 했지만, 부자연스러운 사회 룰을 끝내고자 흰머리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염색을 강요당했는지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고잉 그레이>는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도 얼마든지 흰머리를 선택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필자는 아직 흰머리를 고민할 나이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흰머리가 생기면 그레이 헤어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흰머리 스타일링 법들이 생각보다 다양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또한 염색이 주는 번거로움과 수고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도 깨달았고요. 어쩌면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만 39세면 흰머리가 나는 현실에서 ‘그레이 헤어’는 또 다른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진짜 나의 색이 나를 더 자유롭게 한다’는 유키 안나씨의 말이 책을 덮고도 한 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나이를 먹고 흰머리가 나는 게 때론 서글프기도 하고 고충도 많겠지만 염색 없이도 책에서 보여주는 팁들을 통해 얼마든지 아름답게 살 수 있으니까요.
흰머리로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더 이상 염색이 하기 싫은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무조건 그레이 헤어가 옳다는 내용이 아닌 다양한 선택지가 우리에게 주어졌음을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 <고잉 그레이>.
저에게는 흰머리, 검은 머리를 떠나 개인의 ‘선택’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시대라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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