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과거 솔루션을 진행했던 식당들을 다시 찾아가 실태를 점검하는 특집을 하곤 합니다. 드물게 솔루션대로 열심히 식당을 운영하는 곳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꽤 많은 식당이 초심을 잃는 모습을 보여 주곤 하였습니다. 거기에 믿었던 ‘홍탁집’ 마저도 위생실태 점검에서 지속해서 낮은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실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많은 사람이 왜 다들 ‘초심’을 잃고 해이해졌느냐,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저렇게 날려 먹느냐 하는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왜 초심을 잃었을까요?
초심의 뜻은 아시다시피 ‘처음의 마음가짐’입니다. 골목식당에 나온 식당으로 보면 이 초심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이렇게 만들어졌을 겁니다.
[손님이 별로 없다. 장사가 잘 안 된다. / 기회가 온다면 꼭 도움을 받아 성공할 것이다. 백종원 대표님과 사람들이 지켜본다. 백종원 대표님이 하나하나 지적해주고 답을 주고, 제작진과 시청자들도 우리 가게를 주시하고 있다. / 열심히 배우고 따라야겠다.]
그리 특별할게 없는 이 초심은 솔루션이 진행되고 난 뒤 바뀌기가 너무 쉬워집니다. 그 이유는 식당들이 처한 ‘상황’이 ‘초심’을 가질 때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골목식당을 통해 솔루션을 받은 후의 상황은 다음과 같을 겁니다.
[상황 : 방송의 영향과 솔루션 덕택으로 손님이 많아졌다. 장사가 잘된다. 백종원 대표님의 컨설팅이 없다. 그는 다른 가게에 열중이고, 제작진과 시청자도 마찬가지로 다른 식당에 집중하고 있다.]
식당 사장님들은 이런 상황의 변화 때문에 ‘초심’을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예전과는 달리 사람들이 꾸준히 많이 와주고, 때론 너무 많이 와서 버거울 정도가 되죠. 또한, 예전에는 누군가가 계속 보살펴주고 신경 써주고 감시했으나, 지금은 오로지 사장님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즉, 사장님들은 ‘초심’을 가졌을 때의 ‘상황’이 아니므로, ‘초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계속 같은 상황이었다면, 아마도 계속 케어 받았던 시절의 ‘홍탁집’처럼 초심을 유지해 나갔을지 모릅니다.
사람은 본래 ‘상황’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꽤 많이 ‘상황의 힘’이 아니라 ‘의지의 힘’을 강조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의지만 있으면 된다.”는 말은 너무 흔한 레퍼토리죠. 그러나 이 말은 상황의 힘은 무시하고, 모든 것을 개인의 역량 및 탓으로 돌리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 주장이 허무맹랑한 이유는 그렇게 의지로 변화가 가능한 사람이 많다면, 이것은 별로 칭송받을 일이 아니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힘겨운 상황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주목하고 우러러봅니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소수 인원만 그게 가능하고, 그렇기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입니다. 상황과 의지에 관한 이중적인 사고가 돋보이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엔 그게 어려워서 칭송하면서도, “그것 봐라 의지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이 글은 골목식당의 사장님들을 ‘옹호’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닙니다. 그저, 사람이 상황이 바뀌면 얼마나 생각과 태도가 달라질 수 있는지를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초심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초심이란 본래 바뀌기가 쉬운 것이기 때문에, 초심을 지켜나가는 분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미 최고의 MC 자리에 올랐지만, 무명 시절에 가졌던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시도하고 노력하는 ‘유재석’을 우리가 칭송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초심’에 대한 너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면 조금은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그 일을, 그 행동을 하는 ‘초상황’ (처음의 상황)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우리는 ‘초심’을 잃고 바뀔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초심을 잃어 현재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마음을 다잡아봅시다.
‘초심’을 갖기엔 상황이 바뀌었으니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바라는 상태인 ‘원심(圓心: 원하는 마음)’을 가져봅시다.
– 작성자: 조명국 책키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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