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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목포

[숏평3] 짧고 강한, 서평연대의 출판 숏평!

소설 목포

어느 지역에서부터 축적된 감각은 곧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된다. 우리는 감각을 동원해 기억을 저장하고 또 떠올리곤 한다. 그날 걸었던 골목길, 들었던 노래, 맡았던 냄새, 먹었던 음식. 감각이 도사리는 ‘장소’는 누군가의 출발지가 될 수도, 종착지가 될 수도 있다. 『소설 목포』는 신도심과 구도심이 신비롭게 얽히고설킨 목포에서의 기억들이 여덟 편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우리 모두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어도 저마다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 다르듯, 그들의 이야기 또한 다채롭고 풍부하다. 목포에서의 감각이 스민 글을 읽고 있다 보면 어느새 유달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다도해가, 바다 냄새 비릿한 목포항의 부둣가가 떠오른다. 누군가의 기억에 자연스레 동화된다는 느낌은 이런 것일까.

김정빈 프로필 사진-4

김정빈 출판칼럼니스트·9N비평연대·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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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쁜 범죄자는 벌을 받고, 착한 피해자는 행복을 되찾았답니다. 미투 운동 이후 성범죄 처벌 수위가 강화되면서 드디어 동화 속 이야기였던 권선징악을 현실에서 거머쥐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출구인 줄 알았던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새로운 미로다. 이곳에서는 성범죄 가해자가 소비자가 되고 감형은 상품이 된다.
단꿈에서 깨어나 마주한 역겨운 현실에 가슴은 분노와 실망으로 부글거린다. 출구가 없는 듯한 막막함에 가슴 치던 우리 앞에 나타난 『시장으로 간 성폭력』은 털실 타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얽히고설킨 미로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를 한데 묶어 이끌어준다. 이 길 끝에 또다시 미로가 나올지언정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미로가 허물어져 마침내 피해자들이 안녕을 되찾을 때까지.

 

황예린 프로필사진

황예린 문화비평가·9N비평연대·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귀로 보고 손으로 읽으면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보고’ 글을 ‘읽는다’고 하면, 틀린 걸까? 그렇지 않다. 언어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은유를, 왜 간과하려는가. 언어학자이자 선생님이자 점자 칼럼니스트인 호리코시 요시하루가 아름다움을 점점 잃어가는 세상이라는 언어를 해석했다. 시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눈으로 보는 부족’과 달리 ‘눈으로 보지 않는 부족’인 저자가 경험하는 세상은 다채로우면서도 불편하다. 그는 장애는 없애야 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며, 오히려 그것이 점점 더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사회에 개선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외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친절하면서도 냉철하게 알려준다. 장애인으로 분류되지 않은 자에게 최적화된 인프라의 달콤함에 취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할 때마다, 이 책을 꺼내 읽고 정신 차리고 싶다.

현다연 프로필 사진

현다연 출판편집자·9N비평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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