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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칼럼] 산간벽촌에 동네 책방을 열었습니다 <1>

매년 발표되는 독서 인구 지표들을 보면 책을 사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 이제 책의 위기라고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누가 책을 읽어, 유튜브 보면 궁금한 거 다 나오고 재미있는 것도 얼마나 많은데…’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출판사 대표를 아빠로 둔 열다섯 살 아들 녀석이 어느 날 툭 던진 말입니다.

‘그래, 영상이 책보다는 재미있긴 하지’ 이렇게 맞장구는 해주었지만 눈치 없는 아들을 잠시 노려보았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2001년부터 출판을 업으로 삼고 있고 2015년에는 1인 출판사를 창업해 이 ‘책의 위기 시대’ 속에서 지금까지 인문 교양서 70 여 종을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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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인터넷이 없던 학창 시절을 보냈던 지라 그때는 책이 유일한 친구였고 선생님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동네 작은 책방을 알게 되어 수시로 찾아가 책을 보고 오곤 했는데 어느 날 또래 학생들이 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서부터 운명처럼 책이 직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났던 친구들과 책방 아저씨와는 지금도 만나고 있습니다. 책방 아저씨를 만나면 교복 입고 자기 서점을 들락날락 거리던 꼬맹이가 어엿한 출판사 사장이 되었다고 감회에 젖으십니다.

그런데 책방 아저씨가 들으면 더 놀랄 일을 오래 전부터 꿈꾸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제가 책방을 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창업해서 출판사 이름을 정할 때 굳이 책방을 집어넣은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책을 좋아해 서점을 찾던 한 아이가 인생의 진로를 책으로 잡았던 것처럼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책이 가진 그 풍부함, 무한함을 눈으로, 손으로 실현 시킬 수 있는 그런 공간, 그런 책방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강렬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판계 사람들이 늘 이야기하듯 ‘단군 이래 가장 어려운 출판 불황’을 그것도 끝이 안 보이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책방까지 하겠다는 것은 너무 무모한 꿈이었습니다. 더구나 서울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면서 지속 가능한 책방을 경영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숙제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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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방법은 출판사가 어마어마하게 잘 되어 근사한 책방을 차리는 건데 아쉽게도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으니 책방 프로젝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약 할 수 없는 꿈으로 접어두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회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때 찾아왔습니다. 2019년, 오랫동안 준비했던 귀촌을 결정하면서 가족이 충청북도 괴산군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그리고 2021년 청천면 조용한 마을에 있는 구옥을 사면서 비닐하우스가 놓여있던 6평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책방을 짓기로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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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고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 이곳 시골에서는 마치 예정되어 있던 것 마냥 손쉽게 해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초반에는 한정된 예산으로 책방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허용 가능한 공간이 6평이니 크게 지을 수도 없어서 고민 끝에 천장을 높여 최대한 넓은 느낌을 주고 내부는 나무 목재를 활용해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작은 책방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책방이 생기고 골목길도 확 달라지게 되었고 마을 어르신들도 이것저것 물어보시면서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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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봄, 책방이 만들고 난 다음에는 책방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습니다. 그 동안 출판사만 있어왔지 책방은 처음이니까요. 때마침 한국서점연합회에 하는 서점 학교를 신청해 전반적인 내용을 배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출판 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해가 쉬웠습니다. 재미있는 건 막상 꿈에 그리던 책방 공간을 만들었더니 이 글의 첫 부분처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더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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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골에 누가 책을 사러 오지?’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여기가 책방이라고 했더니 ‘도시에 젊은 사람들도 책을 안 읽는데 노인들이 많은 시골마을에 누가 책을 본다고 책방을 만들었대~’ 하십니다. 가게를 열 때 시장조사를 해서 유동인구나 지역 환경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 것처럼 책방도 그래야 하는 건데 산간벽촌 시골마을에 책방을 한다고 하니 모두들 이해가 되지 않으실 겁니다.

전국에 책방지기들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책방으로 먹고 살 수 있나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책을 찾는 이들은 날로 줄어드는 데 책방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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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벽촌 괴산에 동네 책방을 열고 어떻게 운영해나가고 있는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드리겠습니다.^^

 

-작성자: 천정한

(도서출판 정한책방 / 책방 문화잇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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