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pecial / 천지수 화가의 그림책키라웃 제17편 – 산책
'산책'표지이미지

천지수 화가의 그림책키라웃 제17편 – 산책

'산책'표지이미지

 

제17편 어린이 눈에만 보이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밤의 초대

『산책』 (볼프 에를브르흐 글·그림,
김완균 옮김,길벗어린이,2024)

 

“어젯밤에 아빠하고 산책을 했어요. 커다랗고 빨간 미키마우스가 하늘을 날아다녔고요, 강아지의 기다란 등으로 이어진 다리를 지나면, 튤립 꽃이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내가 갖고 있는 이 공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의 훌라후프를 통과하며 날아서 나에게 건네준 공이죠. 멋지죠?”

 

만약에 내가 처음 본 낯선 물건을 쥐고 있는 내 아이를 보고, 어디에서 난 거냐고 물었을 때, 아이가 이런 대답을 하면 나는 무슨 반응을 보일까?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말 하지 말라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아이에게 추궁할 것은 뻔하다. 그러나, 재차 물어도 자신을 믿어달라며, 들고 있던 공을 나에게 건내 주며 속삭일지도 모른다.

 

“엄마도 나하고 산책하면, 내가 엄마 것도 특별히 챙겨줄게요.”

 

나는 볼프 에를브루흐의 그림책 『산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는 이렇게 아이와 나의 대화를 상상해 보았다. 책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 폰스가 상상한 세계에서 얻은 공을 쥐고 만족해하는 모습인데 아주 미스터리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림책 『산책』의 주인공인 어린 폰스는 한밤중에 아빠를 깨워서 동네 산책을 한다. 아빠의 손을 잡고 함께 산책을 하는 폰스가 보고 느낀 것들은 이상하고,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어른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을 청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상상력이 꿈틀거리는 시간이다. 밤의 산책길에 나선 폰스가 본 것들은 어른은 보기 어려운 어린이만의 세상이다. 익살스럽고, 자유로운 어린이의 상상을 표현한 작가의 창의력이 기발하여 웃음 짓게 만든다.

 

작가는 간결하면서도 회화적인 드로잉과 인쇄물들을 콜라주 기법으로 활용하여 신비롭고 초현실적인 장면들을 구성했다. 아빠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어린 폰스지만, 나는 마치 폰스가 나의 손을 잡고 아이가 만든 환상적인 꿈의 세계로 초대한 것 같아서 신이 나고 흥미로웠다.

 

폰스의 아빠는 거의 감긴 졸린 눈으로 폰스가 잠을 자도록 설득하며 동네를 걷고, 폰스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어린이의 밤’에만 일어나는 마법 같은 장면들을 만끽한다. 어린이가 어른보다 더 무한 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것은 아직 다 자라지 않아서일까? 그렇다면, 어린이같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갖고 싶다면, 어른이 된 지금도 더 성장해야 한다는 유연한 마음가짐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그림책 『산책』은 이젠 어른이 되어버린 내게, 마음속에서 더 성장하고 싶은 어린 나의 손을 잡고 상상과 동심의 세계의 꿈을 꾸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아이의 엉뚱하게 들리는 질문이나 대답에도 유쾌하게 호응해 주며 공감하는 어른이 되어보라고 알려주는 멋지고 고마운 책이다.

About wekim

Check Also

나나브 서평단-001 (1)

[우수자 발표] 하루 한 시간, 나는 나를 브랜딩한다

  ✔ 서평단 우수자 발표   안녕하세요. 책키라웃 입니다. <하루 한 시간, 나는 나를 브랜딩한다>의 서평단 우수자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