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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워라밸은 언제 시작되는가?

워라밸을 오후 6시가 되자마자 노트북을 덮고 퇴근 태깅하고 회사를 뛰쳐나가면 실현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분이라도 회사에 머물면 엄청난 손해라도 보듯, 주위의 눈치를 애써 외면하며 달려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울 리가 없습니다. 전혀 밸런스 잡혀있는 삶으로 보이지 않아요.

워라밸은 ‘Work & Life Balance’의 줄임말입니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추는 문화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등장했습니다. 영미권에서는 1970년대부터 등장한 개념이지만 한국에서는 김난도 교수의 책 <트렌트 코리아 2018>에서 워라밸 세대(Generation ‘Work-Life-Balance’)’를 다루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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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워라밸을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고 표현합니다. 대체로 워라밸을 만들기 위한 조치는 회사에서의 장시간 노동을 줄여 집에서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확보해주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최근 우리는 뜻하지 않게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크게 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캠페인이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떠십니까? 여러분의 워라밸은 실현되었습니까?
(?! “라고 하신 분도 있긴 있네요)

재택근무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만큼은 아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원격근무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일을 시작하면서 오늘 할 일을 보고하고, 일을 마치면서 오늘 일한 결과물을 보고하는데, 이 시간이 출퇴근 시간보다 더 걸립니다. 일과 중에는 어떻습니까? 노트북 앞을 떠날 수가 없죠. 자녀가 있는 집은 아이들에게 놀아주지 않는다고 원성을 듣기 일쑤입니다. 상사들은 본인 눈 앞에 보이지 않은 직원들이 불안한지 있는 일 없는 일 다 긁어 던집니다. 그래서 집 앞 카페에 커피 한잔 사러 나갈 시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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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회사와 가정에 있는 물리적인 시간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소중한 경험이 쌓여 갑니다. 그럼 언제, 어떻게 워라밸이 가능할까요? 무조건 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일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선, 일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을 때 우리의 워라밸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씨는 그의 책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할 자유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묻습니다. 정답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샐러리맨은 이런 선택권을 갖기 어렵습니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기 싫은 일이라도, 행여 잘못된 판단으로 시작된 일이라도 샐러리맨의 미덕은 그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뽑는 것입니다. 기합 가득 찬 목소리로 , 한번 해보겠습니다를 외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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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복이 있어서 좋은 회사, 좋은 상사를 만난다면 정말 행운입니다. 샐러리맨이 워라밸을 누리기 위해서는 KPIOKR 등 외국회사 제도 베끼기에 열중하지 않고 우리 회사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인사 제도를 만들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하는 회사를 만나거나, 샐러리맨의 일에 대한 올바른 철학을 가지고 있는 상사를 만나야 합니다. 제 주변에 상사를 잘못 만나 재택근무임에도 야근을 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워라밸이 가능하기 위해서 또 다른 조건 역시 에서 시작합니다. 노동의 시간이 아니라 노동의 결과평가 받을 때 워라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일을 끝마치지 않고 찜찜한 마음을 애써 외면하며 회사를 뛰쳐나가봤자 우리에게 삶의 안식이 찾아올 리가 없습니다. 퇴근하자마자 머릿속에서 미적지근하게 하다 말아버린 일이 쉽게 떠나던가요?

혹시 월급을 당신의 하루 8시간 노동의 대가로 받는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매년 B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아야 하고 한 해라도 C등급을 받으면 몇 년 후를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연차가 쌓일수록 기대 수준도 높아집니다. 회사가 계속 당신의 8시간을 사주려면 뭔가 다른 관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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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후배님들이 워라밸 챙긴다며 칼퇴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한 이유에는 나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라는 본전 생각보다 저렇게 워라밸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경험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마치 직장에 다니면서는 워라밸을 추구할 수 없다는 듯 글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워라밸에 대한 사고의 유연성을 발휘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직장에서 지친 많은 분들이 돈을 좀 더 적게 받더라도 업무 강도가 낮은 직장으로 옮기길 원합니다. 반면 단 1년을 일하더라도 아마존과 같은 업무 강도가 높은 회사에서 내 역량을 불태워보고도 싶어합니다. 두 방식 모두 나름의 워라밸을 채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두루뭉술한 이야기이지만, 평생 내 직업이나 직장이 하나가 아니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세상은 변화하고 나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조금 일을 많이 하는 것이 다음에 일을 적게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결국 일과 일에 대한 결과물을 내가 스스로 책임짐으로써 제도가 만들어주는 워라밸을 진짜라 믿지 않고 내가 스스로 워라밸을 만들어 쟁취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 책키라이터 : Dr. 피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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