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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칼럼] 머글이 바라본 신기하고 놀라운 아이돌 덕질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한 분야에 깊게 빠져드는 덕질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1인 1덕질이 기본인 대덕질의 시대가 온 것이다. 내 주변만 하더라도 덕질하지 않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수많은 덕질 분야 중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분야로 연예인의 팬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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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이쯤에서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머글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은 많지만, 한 연예인에게 푹 빠졌다거나 어떤 연예인의 덕질을 한다고 이야기하기에는 그 깊이가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연예인 덕질을 하는 사람들이 무척 신기하다. 그리고 잘 살펴보면 일반 덕질과 연예인 덕질은 다른 결을 지니는데 그중에서도 아이돌 덕질은 비교적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마치 종교 같은 아이돌과 팬의 관계 

 

아이돌과 팬의 사이는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감정과 관계를 중심으로 정의를 내린다면 ‘사랑하는 사이’일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모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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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일반적으로 사랑의 형태가 가족이나 연인 등 개인과 개인의 관계인 반면, 아이돌 그룹 혹은 일부 멤버 대 다수의 팬으로 구성된 소수와 다수의 관계라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고 더 깊이 알아가는 일반적 사랑의 관계와 달리, 아이돌이 대중에 공개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이며 공개하지 않은 사적인 영역은 팬이 알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아이돌은 팬 개개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차이점도 있다. 또 짝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아이돌이 팬들의 사랑을 거부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랑에 보답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 그렇다고 애정이 기반인 이 관계에서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수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다수라는 점, 일반적인 관계(가족, 친구, 연인 등)로 설명할 수 없는 관계성이 있다는 점, 아이돌이나 팬의 기준이 없다는 점(나이, 성별, 국정 등) 등이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아이돌과 팬은 종교 같은 관계라 말해본다.

 

아이돌 연애로 발생하는 탈덕

 

덕질을 시작할 때 따로 이유가 존재하지 않듯, 탈덕할 때에도 따로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돌 팬은 예외적인데 아이돌의 연애에 크게 반응하여 탈덕하기도 한다. 아이돌의 연애가 왜 탈덕의 이유가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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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대다수는 팬이 유사 연애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연애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마치 연애하는 것처럼 생각하다가 따로 연애 상대가 생기면 마음이 식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 가설에 어느 정도 동의하나 단순히 유사 연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좀 더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덕질하던 아이돌이 연애해서 탈덕한다기보다는 연애로 인해 발생하는 부수적인 것들로 팬이 생각한 관계성이 깨져버렸고 결국 탈덕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클릭수가 곧 돈이 되는 요즘, 화제성이 높은 아이돌의 연애는 좋은 기삿거리가 된다. 어쩌다 아이돌 연애가 알려지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기사를 쏟아낸다. 거기다 한번 보도된 아이돌의 연애는 추가 제보로 기사가 이어지고, 아이돌이 속한 그룹의 기사에도 언급되고, 상대방이 알려진 사람이라면 연애 상대방의 기사에도 등장하며 팬들의 피로도를 높인다. 이에 따라 팬덤의 분위기가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연애가 공개된 뒤에는 SNS 사진이나 인터뷰 등으로 연애하는 티가 남아 그것은 고스란히 팬에게 상처가 된다. 애인 있는 사람을 덕질한다는 자각은 자괴감을 낳으며 결국 탈덕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매력적인 팬덤은 중요한 입덕 요소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가 어려운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공통의 대화 주제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분야를 덕질하는 사람들은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 해도 십년지기 친구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공통의 분모를 가진 사람이 모인 팬덤은 그 자체로도 입덕의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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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아이돌이 아니라 아이돌 팬덤으로입덕한다는 이야기는 언뜻 들어서는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대표적인 예를 잘 알고 있다. 바로 BTS다. BTS의 팬덤인 ‘ARMY’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번역하고 공유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몬스타엑스 못지않은 인기를 가진 팬덤인 ‘몬베베’도 예로 들 수 있다. 몬베베가 제작한 제목 학원 시리즈 영상은 아주 재미있어서 타 팬과 머글들도 알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또 샤이니의 팬덤 ‘샤이니 월드’는 직캠과 직찍의 시초로 기자보다 더 좋은 퀄리티로 촬영해서 공유하는 능력자들이 많다.

 

본인에게 어떤 이익이 생기지 않는데도 열정적으로 영업하고 활동하는 팬들을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게다가 팬덤이 해당 아이돌의 얼굴이라고 생각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도 놀랍다. ‘덕질’이 그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취미 활동으로 치부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문화활동으로 분류해도 좋을 것 같다.

 

-책키라이터 장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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