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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 멸종 진화

박윤아의 주책(술을 부르는 책들) 3회

공생 멸종 진화

제3회 화성 테라포밍에 반대합니다
『공생 멸종 진화』 이정모 지음, 나무나무출판사, 2015년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합니다. 50억 년 전 태양이 생기고 46억 년 전 지구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38억 년 전 지구에 바다가 만들어집니다. 이곳에서 생명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지구와 지구의 생명체는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등장했다 사라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가 탄생합니다. 인류가 등장한 지는 이제 겨우 200만 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빅뱅을 1월 1일이라고 하고 현재를 12월 31일이라고 할 때 인류가 차지한 분량은 마지막 1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구에 비하면 우리는 ‘역사가 짧은’ 존재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인류의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138억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인류 이전의 우주와 지구를 모르고선 앞으로의 삶을 조금도 말할 수 없으니까요.

『공생 멸종 진화』는 바로 그 ‘인류 없는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기 좋은 책입니다. 이 책에는 지구 생명 역사의 24가지 결정적 장면이 등장합니다. 바다에서 최초의 생명이 탄생하고, 산소 때문에 생명의 진화가 빨라지고, 삼엽충에게 최초로 눈이 생기고, 물고기가 육상으로 진출하죠. 영원처럼 긴 시간에 걸쳐 펼쳐지는 장대한 드라마입니다. 그렇게 지구는 서서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행성이 되고, 유인원에서 분화한 인류가 등장합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을 시작으로 서울시립과학관장, 국립과천과학관장까지 역임한 ‘관장 전문 과학자’ 이정모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의 탄생을 가리켜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의 근원과 미래를 묻는
최초의 생명체가 등장한 것이다.”

그렇게 인류는 지구라는 세계에서 지구의 자원을 이용하며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고 문명을 일굽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지구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요즘 지구는 극심한 기후변화로 예전 같지 않습니다. 때 이른 폭염과 잦은 지진, 쉽게 꺼지지 않는 화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구 이용자’들은 지구 이용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힘을 모으는 한편, 지구를 버리고 이주할 행성을 찾아 연구 중입니다. 주 타깃은 지구에서 가깝고 ‘개척’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화성입니다.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생태계로 만드는 ‘화성 테라포밍’이 진행 중입니다.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는 지구에서 반복되어온 역사이기에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지구에는 미래가 없다고, 다른 터전을 찾자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기후변화는 인간이 가속화시킨 결과입니다. 지구 환경에 적응해 살아간 생명체들과 달리 인류는 농사를 짓고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개체 수를 급격히 늘리며 지구 생태계를 바꾼 것이죠. 그 말은 곧 인류가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그래서 저는 화성 테라포밍에 일단 반대합니다. 지구 변화에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이 지구를 지킬 행동을 만들 테니까요. 그 마음이 모이면 우리는 ‘생명의 근원과 미래를 위해 지구를 다시 테라포밍한 최초의 생명체’가 될지도 모릅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브랜드 박사는 ‘우리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종(種)으로서의 인류를 생각해야 한다’라는 감동적인 말을 한다. 그러고는 인류의 멸종을 피하기 위해 인간의 수정란 2천 개를 가지고 인류가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간다. 영화 속 NASA 과학자들은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구석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인류만으로 생태계를 구성할 수는 없다. 외계에서 새로운 지구를 찾기보다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지구 환경과 어울려 살 궁리를 하는 게 인류의 멸종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길이다.”

박윤아 프로필 사진
박윤아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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