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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평9] 짧고 강한, 서평연대의 출판 숏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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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한즈미디어)

 

『13.67』은 홍콩 최고의 추리소설가로 평가받는 찬호께이의 대표작이다. 홍콩경찰 ‘관전둬’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사람의 인생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에 홍콩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담아내 ‘사회파 추리소설’로서 큰 호평을 받았다. 셜록과 왓슨처럼 홍콩경찰인 ‘관전둬’와 그의 제자 ‘뤄샤오밍’이 콤비가 되어 홍콩 전역을 배경으로 미스터리한 범죄 사건들을 풀어 나가는 내용이다.
소설은 총 6편의 연작 단편으로 구성되는데, 시간상 역순으로 진행돼 2013년을 배경으로 시작해 1967년에서 끝난다. 첫 단편에서 관전둬는 은퇴 후 병든 몸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이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는 젊고 파릇한 초임 경찰이 된다. 독자는 이 과정에서 관전둬를 따라 필연적으로 홍콩의 역사를 되짚게 된다.
홍콩은 19세기 중엽부터 약 150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던 도시다. 소설의 배경을 따라 홍콩의 역사를 잠시 돌아보자. 2003년 홍콩에서는 대규모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가 있었다. 1997년에는 영국에서 중국으로의 홍콩 주권 반환이 있었고, 1989년에는 중국에서 천안문 항쟁이 있었다. 1977년에는 염정공서(홍콩경찰의 극심한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홍콩정부에서 만든 반부패 수사기구) 본부에 홍콩경찰 100여 명이 난입해 직원들을 구타한 경렴충돌이 있었다. 마지막 1967년에는 중국 문화대혁명의 영향을 받은 홍콩 젊은이들과 노동자들의 반영(反英)폭동이 있었다.
홍콩의 현대사가 눅진히 그려진 『13.67』을 다 읽고 나면 현재 홍콩 사회가 겪고 있는 부침과 홍콩 시민을 붙들고 있는 정치적 생사여탈권의 무게, 그리고 정부와 시민 사이에서 모순된 감정을 겪는 홍콩경찰의 모습이 작디작은 홍콩이란 도시의 그림자로 다가온다.
2023년이 저물어 간다. 2019년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로 촉발된 홍콩 민주화 운동도 벌써 4년 전이다. 현재 홍콩은 홍콩경찰 출신의 친중 강경파 행정장관 존 리가 여전히 민주화 운동 주역들을 체포 중이다. 시진핑과 존 리 치하, 홍콩의 미래가 그려진다. 추리소설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홍콩이란 사회가 내 안에 깊숙이 들어온 기분이다.

 

김상화 프로필사진

(김상화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폅회 홍보위원)

표지_식사에 대한 생각(맹준혁 숏평)
『식사에 대한 생각』
(비 윌슨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연말이다. 많은 이들은 한창 송년회로 바쁜 시기이기도 하고, 나도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연속해서 세 차례 다른 집단의 사람들과 조금 빠른 송구영신의 시간을 가졌다. 삼일 동안 온갖 종류의 음식을 먹으며 이 책이 다시 떠오른 이유는 내가 먹은 음식들 때문이다. 내가 먹은 음식은 대부분 고기와 밀가루였고, 음료는 대부분 물이 아닌 탄산과 다양한 종류의 주류였다.
현재 전 세계인은 평균적으로 다음 여섯 개의 식품만으로 일일 칼로리 섭취량의 대부분을 채운다고 한다.
<동물성 식품, 밀, 쌀, 설탕, 옥수수, 대두.>
책에서는 다양했던 전통 식단이 현대에 이르러 하나같이 달고 짜며, 쌀과 밀 육류로만 구성된 똑같은 식단으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평균적 음식들의 정체를 종합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송년회가 아닐까? 내 생각에 이 책은 숨 가쁜 송년회가 끝나고 한 해의 끝자락이나 새해의 초두에 해독주스를 먹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은 책이다. 다만 약간 뜨끔한 부분이 있다. 이 책에서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물이 아닌 것을 물처럼 마시지 말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연말에 들으면 가장 뜨끔한 말이 아닐까?
맹준혁 프로필사진
(맹준혁 / 출판편집자, 공부공동체 챇챇 운영자)
표지_고비에서(김미향 숏평)
『고비에서』
(고운기 지음, 청색종이)
등단 40주년을 맞은 고운기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생의 막다른 절정이면서, 사막이면서, 시인이 발 딛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의 장소로서의 ‘고비에서’ 행운을 소망하며 쓴 시들이 담겨 있다. 질병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피하지 않고, 오롯이 마주한 채 질병을 살아내고 있는 시인은 자신과 세상에 대해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질병에 대한 사유 사이로 내비치는 통증 속에서 고유한 아름다움이 아프게 빛난다. 지금 생의 고비에 선 이들, 올해도 한 고비를 잘 넘긴 이들 모두에게 권한다. 공포와 절망이 휘감고 지난 자리에서 행운과 희망을 건져올리는 시인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단, 공개 장소에선 절대 펼치지 마시길. 시인의 명징한 문장들이 가슴을 친다.
김미향 프로필
김미향 / 출판평론가, 에세이스트,
콘텐츠 미디어 랩 에디튜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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