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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아의 주책(술을 부르는 책들)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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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당신이 빠르게 늙고 있는 이유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정희원 지음, 더퀘스트, 2023년

 

서점의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에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를 처음 발견했을 때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제목이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인데 왜 인문 분야지? 건강이나 과학 분야에 어울리는 책 같은데.’
카피 또한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의 한국형 건강수업’이라 더욱 건강 분야에 가깝게 느껴졌다. 건강의 개념을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영역까지 포함시킨 책이어서 그렇겠거니, 추측했다. 결과적으로 이 추측은 틀렸다. 마음 건강까지 다루는 건 맞지만 인문 분야여야 하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30대부터 노인까지, 노화를 경험하는 다양한 환자를 만나온 정희원 저자는 이 책에서 빠르게 나이 드는 ‘가속노화’와 건강하게 나이 드는 힘인 ‘내재역량’이라는 개념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우리나라에서 신체질량지수와 같은 젊은 성인의 건강지표가 지난 몇 년 동안 빠르게 나빠졌는데, 이는 고통을 최소화하고 쾌락의 양을 늘리는 방법으로 돈을 버는 현대 자본주의가 개인으로부터 일상에서 몸과 마음을 단련할 기회를 빼앗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통과 불편이 줄어들수록 좋다는 자본주의의 전제가 옳다면 지금쯤 모두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야 한다.
하지만 전 국민 단위로 관찰했을 때 불편하게 몸을 사용해야 하는 정도를 반영하는 신체활동량은 점점 줄어들고 더 많은 양의 신체적 쾌락을 경험했음을 방증하는 복부비만의 정도는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더 구부정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고 자극적인 음식을 탐닉하며 몸과 마음의 탄력을 잃어간다.
보상을 주는 자극을 끊임없이 쫓다가 화난 중년이 된다. 그다음에 남는 것은 오래 아픈 노년이다.”(『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건강은 자주 개인의 영역으로 축소된다. 살이 과하게 찌거나 빠진 것도,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것도, 술과 담배로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도 모두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저자는 좀더 근본적인 원인이 자본주의사회에 있다고 지적한다. 부를 쌓는 데 삶의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돈이 되지 않는 일, 즉 본업 외의 불편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은 돈을 써서 남에게 맡기면서 일상에서 몸과 마음을 단련할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요리하는 대신 배달 음식을 먹고, 계단을 오르는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을 청소하는 대신 청소부를 고용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짧은 시간 내에 해소하기 위해 빠르게 쾌감을 줄 자극을 찾는다. 그렇게 맵고 짠 음식과 스마트폰 콘텐츠를 소비하며 활동량은 계속 줄어간다.
“2019년,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가 인간의 수면이라고 말했다. 잠을 줄여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은 보상을 주는 자극을 찾느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행위이므로 정확하게 중독의 정의에 부합한다.”(『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책에는 내재역량을 키우는 실질적인 방법도 담겨 있다. 첫째, 이동성을 높이고, 둘째, 마음건강을 돌보고, 셋째, 식습관 개선 등으로 건강과 질병을 관리하고, 넷째, 사회가 아니라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를 설정해 나가는 방법들이다.
모두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지만 여전히 건강을 개인의 영역에만 두지 않는다.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줄 삶을 찾기 위해 소비자본주의가 일상에 끼친 해악을 끝없이 상기시키는 식이다. 이 책이 인류의 문화와 질서를 연구하는 인문(人文) 분야의 ‘한국형 건강수업’인 이유다. 가속 노화는 결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윤아 프로필 사진

박윤아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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