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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생생! 미국 정착기” – #6. 아줌마, 취업을 결심하다

어느 날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미국을 잘 알려면 사회생활을 해 보는 게 나아. 집에만 있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진짜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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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직장생활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 권하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미국에 온 지 일 년이 못 되던 때였고, 워킹 퍼밋이 잘 나와주었기에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신분이 된 터였다. 하긴 정말 그랬다. 이렇게 아이와 집에만 있으니 영어를 써야 하는 상황도 두렵고 미국 생활에서 뭘 하나 하는 것에도 주저함이 많았다. 특히 겁이 많고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더 그랬다. 그런 내게 남편이 특효약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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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연 이 나이에 이 상황에 취직이 가능하기나 한 걸까? 아이가 어리다는 것도 그렇지만, 내가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에서는 국문과를 전공, 출판사와 잡지사를 다닌 경력이 있었지만, 미국에서 한글이라… 제일 문제는 영어였다. 그래도 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어서 그 뒤로 인터넷 등에서 구인 광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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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눈에 띈 문구 하나, “한인 여행사에서 직원을 구합니다”란 광고였다. 그곳도 분명히 영어를 요구할 텐데 싶었지만, 능통한 영어를 강조하는 문구가 보이지 않아서 용기 내어 전화를 걸어 보았다. 선뜻 인터뷰를 와보라는 말에, 급기야 나는 이력서를 들고 방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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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2층 어느 건물에 차려진 작은 사무실, 차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여행사였다. 자신은 괌에서 여행사를 운영했으며 미국에서 가이드로 오래 일하다가 여행사를 차리게 되었다는 사장은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바로 같이 일을 하자고 했다. 제시한 급여도 나쁘지 않았고 주급으로 캐시로 준다고 하는 것도 솔깃했다. 내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돌아갔다. 남편 혼자 벌어 살아가기엔 빠듯한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것 같았고, 새로운 일에도 뛰어들어 배우며 적극적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마침 아이를 맡길 곳도 봐 둔 터였다. 교회 집사님 가정인데 이미 다른 아이들도 맡고 계시며 믿음직한 분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아직 차가 없는 내게 직장생활이 불가능할 수도 있는데 그 여행사는 우리집에서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였던 것이다.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 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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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나의 미국 첫 취업은 이루어졌다. 뜻하지 않은 한인 여행사로, 그리고 생각보다 너무 순조롭게 말이다. 감사함과 또 떨리는 마음 안고, 이민 사회 속으로 한 걸음 내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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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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