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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책들을 읽다!

지난 번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눈에 띄는 전시가 있었습니다.  바로 <금지된 책: 대나무 숲의 유령들>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에서 금지되었던 책들을 전시했었습니다. 조금은 생소하기도 한 금서, 도대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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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禁書, banned books)정치, 치안, 사상, 종교 등의 문제로 권력에 의해 출판, 유통, 판매, 열람이 금지된 책을 뜻합니다. 주로 검열을 통해서 걸러지거나 출간 전후에 압수 혹은 판매금지 처분이 내려지는 방식으로 금서가 만들어지지요. 검열이란 책으로의 접근 통로와 표현 형태를 권력기관이 통제하는 것입니다.

도서전에서 전시한 우리나라 금서들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올라갑니다. 일제는 우리나라의 민족 독립의식을 고취하는 역사서, 지리서, 영웅전, 위인전 등의 서적 발매를 금지하고 압수 처분했습니다. 법적 근거는 1909년 2월 23일에 공포된 ‘출판법’으로 신문 잡지와 정기 간행물 등을 사전 검열하고 책을 출판을 하기도 전에 미리 원고를 확인해 허가 여부를 결정했습니다. 식민지 동안 총독부가 압수한 책만 해도 약 500여 종에 달한다고 하니 당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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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에도 좌우의 사상 논쟁으로 금지된 책들이 있었습니다.  즉 공산주의자가 썼거나 좌경화된 책들이 있다면 금서 처분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반공’이 국시가 되자 ‘이념서적’들을 끊임없이 단속하게 되었습니다. 그 예로 작가 남정현이 쓴 단편소설 <분지>가 반공법 위반 협의를 받으면서 작가가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지요. 내용의 취지와 다르게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책에 담았기때문입니다. 이후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금서들이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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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시아를 비롯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책들이 금지되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나가이 다카시의 <나가사키의 종>은 원폭 투하 당시를 책에 묘사했는데, 그 내용 때문에 출판이 금지되기도 했었죠. 

필자는 전시를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입니다. 영화로도 나온 이 책은 중세시대의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데,  당시 수도원에는 베네딕트 파와 프란체스코 파의 대립이 있었습니다. 프란체스코 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아 다소 개혁적이었고  기득권을 가진 베네딕트 파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금서로 여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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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학>은 총 두 권의 책으로 희극과 비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당시 수도원에서 금지한 책은 바로 웃음을 유발하는 희극이었습니다.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이 책을 금지하기 위해 책장마다 독을 발랐고 이 책을 몰래 읽는 사람들은 서서히 죽게 되죠.  <장미의 이름>은 금서를 중심으로 중세시대의 엄격한 사회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번 2019 국제도서전을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국가들의 금서들을 전시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금서, 오늘날에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 책을 출판하고 읽기도 한다는 점에서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금지된 책을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의 사회, 문화, 역사 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금서가 한 시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거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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