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pecial / [프리칼럼] 한 달 살기로 워케이션 가능할까? 낯선 “함안”에서 살아본 자들의 솔루션! <제 1편>

[프리칼럼] 한 달 살기로 워케이션 가능할까? 낯선 “함안”에서 살아본 자들의 솔루션! <제 1편>


❝일과
 휴가, 공존할 수 있을까?

 아라고분-rev
(함안 말이산고분군 Ⓒ홍선주)

바야흐로 “워케이션”의 시대. 노트북과 스마트 디바이스를 챙겨 들고, 직장인들은 ‘일’을 하러 관광 명소로 떠난다. 심장을 뛰게 하는 신나는 음악, 두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풍경과 형형색색의 휘황찬란한 조명들, 그 아래를 가득 채운 인파의 환호성 같은, ‘휴양지의 낭만’과 ‘당신의 집중력’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곳에서 ‘일’을 하며 산다는 건, 자그마한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에 의존해야 하고, 호텔의 비즈니스 센터에 틀어박혀 도시와 별다를 것이 없는 것들만 보며, 상상과 달랐던 일상에 실망부터 맞이하게 되는 삶이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고 싶어서 왔지만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처럼, 흔한 워케이션은 화려하지만 불편한 삶에 우리를 끼워 넣는 행위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악양둑방
(5월엔 꽃 양귀비가 만개할, 4월의 함안 악양 둑방길Ⓒ홍선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강한 워케이션

우리는 조금 더 ‘건강한 워케이션’을 제안하고 싶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일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파티션을 치고 귀를 틀어막는 억지 요소들이 필요 없는 곳에서 사는 것. 우리가 선택한 “함안”은 이 모든 것을 충족했다.

커튼 틈새를 파고드는 햇살에 못 이겨 눈을 뜨고,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벗삼아 물가에 놓인 산책로를 가벼이 걸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 나지막한 주택들 위로 펼쳐진 파아란 비단결 같은 하늘을 보면, 모니터를 보며 찌들었던 안구의 정화가 자연스레 이뤄진다.

아직 유명하지 않아서 고마운, 관광객이 많지 않아 어디든 우리만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곳. 유럽의 자그마한 마을처럼 소담하고 아기자기한 집들과 가게들이 있고, 땅 아래에는 유구한 ‘아라가야’의 역사가 흐르는 곳. 함안의 여항면 금계 마을에서 우리는 일과 휴가의 균형 값을 연구하며 한달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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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길, 함안 봉성 저수지. 세상을 그대로 비추는 반영이 아름다운 곳. Ⓒ변유진)

개발자, 디자이너, 추리소설가, 에디터의
한 달 워케이션 프로젝트 in 함안

신형섭, 유지민은 전 회사 동료 사이, 홍선주, 변유진은 마케팅 스터디 그룹에서 만났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우리는 “함안에 (워케이션하며) 살아보기”를 위해 만들어진 전략팀이다.

4인

신형섭(30대, 스타트업 개발자, ENFP)

4인을 함안에 모은 팀의 리더. 오토바이와 캠핑을 좋아한다. 경기도에서 28년을 살았고, 독립해서 자리 잡은 곳도 수도권. 다수의 에어비앤비 호스트 경험이 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의 황금시간도 불사하는 워커홀릭.

홍선주(40대, 웹기획자/마케터 출신 추리소설가, ENTJ)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식도락 여행 마니아. 2018년 퇴사 후, 소설을 쓰고 있다. 현재는 추리 소설계에서 주목받는 신진 작가. 빛고을 광주에서 20년, 서울에서 20여 년을 살았다. 역시, 에어비앤비 호스트 경험 有.

유지민(30대, 모바일 앱 UI 디자이너, ENTP)

분위기 메이커이자 평화주의자. IT 기술, 스타트업,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고, 일에 대한 애정도 많다. 한 번도 서울을 벗어나 살아본 적 없는 서울 토박이. 루틴이 있는 삶을 선호하고, 여행에 대한 애정도는 낮은 편.

변유진(30대, 프리랜서 에디터/마케터, ENFP)

(함안 한정) 관광 코스 연구가. 수영, 사람, 자연을 좋아한다. 여수엑스포에서 근무한 이후,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며 매일 여행하듯 사는 것을 꿈꿔왔다. 부산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청장년기를 보내는 중.

악양0
(우리가 사랑한 경남 함안 악양루의 일몰. Ⓒ변유진)

❝첫 한 달 살기. 어쩌다 함안?

우리가 경험한 ‘함안에 살아보기함안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이다. 2~4인의 팀 단위로 지원 가능하다. 숙식 및 교통,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받으면서, SNS를 통해 함안을 알리는 미션을 수행한다.

Q. 함안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신형섭: 귀농한 대학원 동기를 통해 함안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첫 방문 때 인상이 좋았다. (당시, 남쪽으로 여행이 처음이었다.) 수도권을 떠나 사는 것에 대한 편견이 깨진 계기였다. 때마침 좋은 기회(함안에 살아보기)가 있어서, 팀을 꾸려 오게 되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아침마다 자동차 경적 소리 대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는 삶. 내가 살고 있는 계절의 소리를 듣고, ‘지금’을 산다는 것을 매일같이 체감한다.

홍선주: “함안”이라는 생경한 두 글자에 호기심이 생겼다. 전라도 출신이라 경상도 여행의 경험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지역 감정이 크던 시기에 성장해서 왠지 모를 반감도 있었지만, 함안은 그 편견을 모두 깨줬다. 산수화 같은 풍경과 맑은 공기 속에서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는 여유가 좋다. 특히나 관광객 없이 우리만 즐겼던 ‘악양루’의 일몰은 황홀했다. 사람이 적어서 누군가를 신경 쓰는 에너지가 크게 줄었다. 가끔 만나는 함안 사람들은 정이 많다. 무척이나 친절하고 다정하다.

악양밤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즐겼던 악양루의 밤 Ⓒ홍선주)

Q. 함안 한 달 살기에 도전한 이유는?

유지민: (형섭을 통해) 함안에 대해 알게 되었고,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 서른이 되고 나서, 이직과 업무 영역 확장이라는 큰 변화에 도전했고, 나름 성공적이었다. 챌린지에 자신감이 붙었을 때, 워케이션이라는 제안이 들어와서 흔쾌히 승낙하게 됐다. 함안은 차로 10~20분 이내면 도심의 주요 관광지와 편의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변유진: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새로움이 필요했다. ‘함안’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지명에 탐구심과 의구심이 동시에 들었지만 ‘일단 가보자!’라고 생각해 빠른 결정을 내렸다. (일부 친구들은 ‘함안’이라는 지명을 듣자, ‘하만’으로 알아듣고는 중동인지 물어봤다.) 알려지지 않은 만큼, 우리만이 채울 수 있는 추억이 많지 않을까 싶어서. 평소 근교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라, 창녕, 고성, 의령, 통영, 거제 등 경남의 보물 같은 지역과 가까워서 근교 여행을 하기에 좋고, 서부와 동부 경남의 중심지인 진주나 창원, 부산과 멀지 않다는 입지도 큰 매력이다.

마산야구장
(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프로야구팀 NC다이노스의 홈구장, 창원NC파크. Ⓒ변유진)

남지
(
국내 최대 규모의 유채꽃을 볼 수 있는 곳. 창녕 남지 유채밭. Ⓒ변유진)

또한, 마을 곳곳에서 아라가야의 유적이 남아있어서 역사 속에 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함안은 여행지로서의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는 게 공통의 의견이다.

다만, 숙소의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점과 대중교통 이용의 어려움, 서울 등의 수도권에서 다소 먼 거리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한달 살기와 워케이션을 병행하면서 생긴 고충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솔루션까지 제공될 다음 편을 기대해주시라.

– 작성자: 변유진 책키라이터

함안에 살아보기는 함안군 청년친화도시 지원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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