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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천지수 화가의 그림책키라웃 제4편 – 손을 내밀었다

손을

제4편 소녀는 과연 마음 따뜻한 손을 만날 수 있을까?
『손을 내밀었다』 (허정윤 글, 조원희 그림, 한솔수북, 2023년)

‘마을도 집도 가족도 꿈속에서만 볼 수 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허정윤이 쓰고 조원희가 그린 그림책 손을 내밀었다』 는 ‘난민’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의 시각으로 쓰고 그렸다. 가족과 평온했던 어린이의 삶이 강제로 빼앗겨 세상을 떠도는 이야기에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그림은 강렬한 색의 배경에 단순하고도 힘 있는 표현으로 긴박감을 준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보듯이 난민 소녀의 이야기에 몰입했다. 첫 장은 온통 검은색에 작고 노란 점들이 여기저기 찍혀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고요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밤하늘의 별빛이 아니라, 한밤중에 마을을 공습하는 폭탄의 불빛이다.
“뛰어”
그 어디를 가도 안전을 보장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뛰기 시작한다. 필사적으로 뛰는 사람들 사이에 한 소녀는 엄마가 보이지 않자, 뒤돌아본다. 같이 뛰어가던 오빠도 아빠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동생의 등을 밀면서 “뛰어”라고 외친다. 그 순간, 폭탄은 떨어졌다. 아비규환 속에 소녀는 쓰러지며, 가장 평화롭고 그리운 순간이 꿈처럼 스쳐 간다. 이제는 마을, 집, 가족의 존재가 꿈에서 밖의 볼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어린 소녀의 염원만큼 절실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잃은 실향민들은 생존을 위해 철조망 구멍 사이로 손을 내민다. 그러나 내민 손에 대한 화답은 군인들의 총소리뿐이다.

소녀는 낯선 어른들과 함께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작은 배에 오른다. 배에 오른 어린이들은 고통과 충격에 자신의 이름마저 기억나지 않지만, 하나둘씩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 시작한다.
아일란, 살마다, 로자, 하산, 마흐무드, 유세프, 누어, 하마드, 누라이샤, 쿠르드…

나는 ‘쿠르드’라는 이름을 보자, 2016년 전 세계를 충격과 비탄에 빠지게 했던 세 살배기 남자아이 ‘쿠르드’가 생각났다. 사망한 채로 바닷가에서 발견된 아이의 모습은 전 지구에 ‘난민’의 실상과 아픔을 강렬하게 전했다. 그리고 어른들이 저질렀던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수많은 사고에 대해 죽음으로 항의하는 듯했다. 그러나, 어른들은 반성했을까?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끊이지 않는 전쟁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인간은 도대체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욕망의 질주’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他者)를 잡아먹으려고 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잡아먹는다. 만약에 전쟁을 멈추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인간이 반성해서가 아니라, 모두 멸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 수 없는 아무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파도가 거칠게 일고 있는 바다 한가운데 난민들을 빼곡히 채운 배가 떠가는 그림이 위태로워 보인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그 배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처럼 보였다. 욕망을 멈추지 않는 어른들은 홍수에 사라지는 죗값을 치르고, 오직 평화만을 되돌려달라고 기도하는 어린 난민들은 꼭 방주에 올라 살아남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소녀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그런데, 혼자 누워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어떤 두 손이 클로즈업되어 그려진 페이지에 소녀의 독백이 나를 안심시킨다.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전쟁과 폭력으로부터 벗어난 소녀는 과연 마음 따뜻한 손을 만날 수 있을까? 이 지구상에는 아직도 많은 아동 난민들이 고통 속에서 떠돌아다닌다. 지구는 하나다. 내가 남을 위해 내미는 손은 곧 나를 위해 내미는 손이라는 것을 깨달으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림책 손을 내밀었다는 내가 삶에서 가진 불만들은 그저 사치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또한 이 세상에 살면서 어떤 마음의 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참 고마운 책이다.

천지수 프로필 책키라웃

천지수 (화가·그림책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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