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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표지사진

천지수 화가의 그림책키라웃 제6편 – 틈만 나면

틈만 나면 표지사진

제6편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도 그렇게 기적처럼 생겨났다는 것을
『틈만 나면』 (이순옥 글 그림, 길벗어린이, 2023)

‘어디라도 틈만 있다면 나는 활짝 피어날 수 있어.
주인공이 아니면 어때. 나를 위한 자리가 없으면 어때.
한 줌의 흙과 하늘만 있다면 나는 꿈을 꿀 수 있어.’

이순옥의 그림책 『틈만 나면』의 주인공은 우리가 흔히 부르는 ‘잡초’다. 깨진 콘크리트, 담벼락, 보도블록, 맨홀 뚜껑, 계단 등 그 어떤 곳이라도 틈만 있으면 생겨나는 풀들이다. 나도 길을 가다가, 회색빛 콘크리트 틈을 비집고 나와 존재감을 알리는 초록빛 생명체에 경이로움을 종종 느낀다. 이순옥 작가는 그런 풀들을 보면서 꼭 우리 삶의 몸짓과 닮아 보여 한참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림책을 넘기면서 무심코 지나는 풀들의 이야기와 그림으로 우리의 모습을 풀어내고 응원하는 메시지에 초록빛 희망을 품게 된다.

‘한 줌의 흙과 하늘만 있다면 꿈을 꿀 수 있는 풀’과 우리 삶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생명’이 있다는 것이다. 주어진 생명 에너지로 삶을 살아내는 풀들의 모습은 사람의 모습과도 같기에 환경에 불평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있는 잡초의 강인한 생명력을 한 수 배우고 싶기도 하다. 길을 가다가 멈추어 꽃을 바라보듯이 그림책 한 장 한 장 작가의 관찰력에 미소 지으며 보다가 내가 한참을 보게 된 장면이 있다. 바로 한 수를 배울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보도블록 위에 걸어가는 사람들의 신발들이 그려져 있고, 보도블록 틈 사이를 터전 삼아 보라색 꽃을 피운 작은 풀이 나 있다. 한 사람이 걸음을 떼며 발을 들어 올리고 있는데, 그 발을 내려놓으면 그 꽃은 당연히 밟힌다.
‘괜찮아, 나는.’
꽃은 이미 많이 밟혀서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습이고, 그 아래에 쓰여있는 문장을 보니 내가 밟힌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찡하다. ‘괜찮다’고 하니, 마음이 더 쓰인다. 그러나 나는 예전에 잡초에 대해 읽었던 책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독인다. 나도 모르게 수도 없이 밟았을 그 생명체들의 생존 전략을 알고 보면 누구나 ‘스승님!’하고도 외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잡초는 밟혀도 일어서지 않는다. 왜냐하면, 밟히면서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씨앗을 남기는데 에너지를 쏟는 편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 서란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에 전념하기 위해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니, 한 포기 풀에서도 우리는 생존 철학을 배우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나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나만의 춤을 출 수 있다면’

그림책 대부분 장면의 색깔 분위기는 무채색의 배경에 초록빛 풀들이 소외된 장소에 표현된 것이 많은데, 그 사이에 들어간 주홍빛 화려한 노을 아래 풀들이 춤을 추는 듯한 페이지는 정말 감동적이다. 고독하고 힘겨웠던 시간을 받아들이며 얻게 되는 선물과도 같은 모습이다. 삶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서 온전히 기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자유로운 몸짓 자체가 생명의 목적과 이유가 아닐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돌 틈에서 피어난 꽃이 우리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주는 것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도 그렇게 기적처럼 생겨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미 기적이 내재된 나의 삶을 노을 아래서 자유롭게 춤추듯이 살고 싶어진다.

그림책 『틈만 나면』을 보고 나면 당연하게 여겼던 나의 삶이 ‘선물’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이 세상에 존재함에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하는 책이다.

천지수 프로필 책키라웃

– 천지수 (화가·그림책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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