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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미지(행복의 순간)

천지수 화가의 그림책키라웃 제12편 – 행복의 순간

표지이미지(행복의 순간)

 

제12편 함께하는 존재들과 삶의 축복을 나누는
행복 연습에 관한 ‘행복의 순간’

『행복의 순간』 (실비아 크라홀레츠 지음,
최성은 옮김, 옐로스톤, 2023년)

 

내가 느끼는 행복의 순간은?

 

‘지금’ 느끼는 행복의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은 그저 지나간 ‘기억’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나의 작업실에서 글을 쓰고 있다. 폴란드 그림책 작가 실비아 크라홀레츠의『행복의 순간』이라는 책을 보면서 나를 감싸는 행복한 상황들을 여러 방향으로 느껴보고 채집해 본다.

 

책을 보고 있는 나의 눈은 가는 펜을 사용하여 화인 라이너 기법으로 정교하게 그려낸 작가의 그림을 보고는 감탄하는 중이다. 종이 결 사이사이를 의식하며 채워 넣듯 섬세한 기교와 위트 있는 표현들이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나는 작가가 찾은 행복한 순간의 글과 그림에 공감하면서 내 마음과 대화를 나누는 여유를 즐기고 있다. 게다가 작업실에 퍼지는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향과 아들이 선물로 준 달콤한 초콜릿까지 내 코와 혀에게 만족감을 준다. 또 내 귀는 내가 선곡한 음악을 듣고 있으며,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 마음의 풍경을 바라보며 안정감을 느낀다. 이미 나는 행복의 순간 안에 녹아있다.

 

그렇다면, 같은 상태를 다르게 한번 바라볼까?
작업실은 언제나 그렇듯 여기저기 미술도구와 재료들이 나뒹구는 정신없는 혼란의 상태고, 배는 고픈데, 식사는 귀찮아서 커피와 초콜릿으로 겨우 때우고 있으며, 오늘따라 선곡한 음악들이 이상하게 기분을 북돋아 주지 못한다. 그림책 서평 마감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좋은 책을 만나고도,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그런데 작업하다가 멈춰진 미완성 그림들이 사방팔방에서 날 조롱하듯이 바라보며 ‘제발 완성 좀 해!’라고 잔소리를 하는 것만 같다.

 

이렇게 행복과 불행은 마치 동전처럼 앞뒤로 붙어있는 한 몸 같다. 동전의 앞면이 행복이고 뒷면이 불행이라고 정해진 것이 아니다. 동일한 상태라도 내가 어떤 시각으로 깨어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행복이 불행이 되고 불행이 행복이 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가 받은 고마운 선물들. 험난했던 지나온 굽잇길’,‘새들의 지저귐. 부드러운 눈길’, ‘한 모금의 물. 한 줄기의 햇볕’,‘이미 엎질러진 물. 그리고 치유된 모든 상처에…’등등. 작가가 찾은 행복의 순간들은 좋다고 나쁘다고도 할 수도 없다. 이 순간 살아서 숨 쉬고 있다면, 누구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다.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정한 행복의 조건에서 만족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이 순간 나와 함께 있는 존재들과 삶의 축복을 나누는 것이 가장 빠른 행복연습이 아닐까?

 

‘행복하자’

 

책 맨 앞장에 쓰여있는 글귀는 결심하고 말하면 이루어지는 마법처럼 나를 행복의 순간으로 이끈다. 그림책 『행복의 순간』은 행복은 멀리 있지도, 꿈속에서만 있지 않다고, 평범하면서도 흔하게 나와 함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결국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나는 반복하여 ‘행복하자’라고 되뇐다. 그림책으로 시작한 마법은 이렇게 또 나를 ‘행복의 순간’으로 물들여준다.

 

천지수 프로필 책키라웃

천지수 (화가·그림책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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