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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_어른의 생각법(김정빈 숏평)

[서평 연재18] 김윤정의 Checkilout in Book

제18편
어른의 지혜를 훔치고 싶다

 

표지_어른의 생각법(김정빈 숏평)

 

『어른의 생각법』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전경아 옮김, 다람출판사, 2023.12.11.)

 

shorts(쇼츠)라는 단어가 반바지라고만 알고 있으면 쉰세대이다. MZ세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쇼츠가 ‘짧은 유튜브 동영상’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지루한 것을 싫어한다. 짧고 빠른 것이 임팩트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하이쿠나 센류 같은 짧은 글은 메시지를 직구로 훅 던진다. 일본 최고의 이론가이며 ‘지(知)의 거인’으로 불리는 도야마 시게히코의 ‘어른의 생각법’이 그러하다.

 

과연 어른의 생각법이 따로 있을지 몹시 궁금했다. ‘상놈은 나이가 벼슬’이라는 옛말처럼, 내세울 것이 나이밖에 없다고 해도 노인은 어른이 아니다. 어른스러움을 위한 노력도 없이 ‘내가 어른입네’ 하며 늙었다고 함부로 어른 대접을 바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른이란 명칭에 책임지는 사람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 지혜를 훔치고 싶었다.

 

도야마 시게히코의 ‘어른의 생각법’은 그의 저서 중에서 발상력과 사고력을 기르는 힌트를 주는 잠언집을 발췌하여 만든 책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연히 알게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확신에 차서 쓴 글일지라도 자기 말이 누구에게나 모두 맞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신의 책을 무던히 뒤적거렸을 것이다.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다가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적어 놓고 싶은 참 구절이 많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삶의 지혜를 잔뜩 던져주고는 다 잊어버리라는 거다. 노트에 적지도 말라고 한다. 그렇다고 영영 잊어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사고가 깊어지도록 시간을 주라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절반은 잊어버렸다고 생각해도 정말로 흥미롭게 느꼈던 것이라면 결코 잊어버린 채로 끝나지 않는다. 가치가 있는 거라면 대체로 어느 순간 다시 되살아나게 된다.”

 

생각의 주제를 마음속에 품되 한동안 재워두고, 내버려두고, 미뤄두고, 무관심하게 기다리라는 것이다. 언젠가 되살아날 테니 지금은 잠시 잊으라는 말, 망각의 힘을 믿으라는 말이 어쩐지 내게는 ‘집착하지 말라’는 말로 들렸다. 사물에도 사람에도 나는 집착이 심한 편이다. 낡은 물건뿐 아니라 쓸모를 다 한 물건도 버리지 못한다. 사람 사이에서도 너 혼자 너무 종종거리지 말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고민거리가 생기면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모두 엉망진창이 된다. 집착은 모든 사고를 못 박아 둔 양, 그 상황에 나를 얽매이게 한다.

 

집착의 근원은 어디일까. 왜 나는 집착하는지, 왜 나는 내려놓지 못하고 매달리는지 고민했다. 뭐든 잘하고 싶은 욕심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나를 옭아매고 나를 관계에 집착하게 만든다고, 집착은 결국 인정욕구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정받고 싶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어쩌면 자만심이 아닐까. 자신의 한계는 깨닫지 못하고 그저 끝없이 위로만 올라가려는 오만이 아닐까. 노트에 적어두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이 말을 적으며 마음에 새기기로 했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도 그건 그것대로 놔두고 다른 일을 생각한다. 아니면 다른 일에 몰두하여 하기 싫은 일을 잠시 잊는다. 그런 자유가 있어야 비로소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그대가 바로 자기 생각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대는 자유다.’라고 말하며, 사회적 압박이나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선택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믿었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도 그대로 놔두고 다른 일에 몰두하며,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 선택을 내릴 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한 도야마 시게히코의 말과 다르지 않다. 자유로운 선택을 영위하는 것이 바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결국 그것이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 이렇게 간결한 해답이라니. 역시 ‘간결함은 지知의 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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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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