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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대하는 멸망들_공혜리

[숏평19] 짧고 강한, 서평연대의 출판 숏평!

우리가 기대하는 멸망들_공혜리

 

『우리가 기대하는 멸망들 』
(서강범 지음 / 달다)

욕망의 시대를 따라가느라 숨이 막히는가? SF 단편집 ‘우리가 기대하는 멸망들’은 탐욕을 좇는 문명을 언어 바이러스로 공격하고 식탐에 잠식된 세계를 기저귀 디스토피아로 만든다. 이렇게 욕망이 쌓아 올린 문명을 속 시원하게 무너뜨리며 소외된 사람들을 조명한다. 그들은 고아로, 논 비잉(non-being)이라는 새로운 개체로, 이방인으로 모습을 달리하며 나타난다. 작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을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는다. 담담히 비추며 자연스럽게 서사를 부여할 뿐이다.
책장을 덮으니 2024년 버전의 인류 문명이 눈앞에 있다. 그리고 욕망의 시대 속 소외된 이들이 보인다. 긴 꿈을 꾸고 난 듯 이 세계가 낯설어 보인다. 잘 쓰인 이야기가 주는 힘이다.
공혜리 프로필 사진
공혜리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컨텐츠비평협회홍보위원
휘말린 날들_서경
『휘말린 날들 』
(서보경 지음, 반비)
hiv/aids만큼 본질을 벗어난 개념들과 덩어리진 질병이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에이즈’는 남성 동성애자, 성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얽혀 감염인에게 문란함과 무책임함, 위험 등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떠올리 듣는 이로 하여금 역겨움과 수치심으로 바로 미끄러지게 하는 하나의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관련 법과 정책은 감염인을 괴롭히고 배제하여 감염을 예방하거나 감염인의 삶을 지탱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기도 한다. 다행히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공통 경험을 겪으며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hiv 바이러스를 있는 그대로 대하고 말하기에는 문화적 퇴적물이 두텁다.
‘휘말린 날들’은 두껍지만 소화하기 쉬운, 오랜 현장 활동 경험과 연구에 바탕해 풍부한 사례와 설득력을 두루 갖춘 책이다. 가장 주목하게 된 장은 감염인과 그 가족, 감염인 당사자인 돌봄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3장이다. 의료 시장 속에서 생명을 연장하면서도 사회적 삶은 단절되는, 크게 아픈 일부 감염인의 경우를 다룬다. 고통과 극복의 단선적인 서사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누군가를 사람으로 살아 있게 할 수 있는가를 목격하게 한다.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만은 담보할 수 없는, 누구에게나 흘러가는 ‘꽃 피는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어서 빨리 hiv를 겪어내야 한다”.
서경 프로필사진-1

서경 / 출판편집자, 9N비평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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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미트 패러독스 』
(강착원반 글 / 사토 그림 / 놀)

오늘날 대중문화 속 좀비는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인간을 공격하는 적이자 아포칼립스 특유의 멸망하는 세계의 모습을 나타내는 요소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몇 가지 특이한 사례도 존재한다. 바로 인간과 공존하는 좀비다. 좀비는 이윤창 작가의 웹툰 <좀비딸>에서처럼 가족으로서 함께하기도 하고, 영화로도 제작된 아이작 마리온의 소설 ‘웜 바디스’에서처럼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데드미트 패러독스’의 좀비도 특별하다. 이 작품은 좀비와 인간이 공생하는 사회를 그리며, 변호사 골드와 좀비인 동생 실버가 함께 변호사 사무소를 운영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생존’이다. 좀비를 생존하고 있는 존재로 볼 수 있을까? 또 진정한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쉽게 정답을 내어놓을 수 없는 문제를 둘러싸고 고민하는 인물들과, 그로부터 세상이 변화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펼쳐내며 좀비라는 존재(장르)가 더 세분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좀비 서사가 기대된다.

김현구

김현구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
『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 』
(박수밀 지음 / 토트)
많은 사람이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그래서 나름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이들의 자기계발 서적이나 영상을 보고, 때로는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에세이를 읽는다. 다만, 이러한 책과 영상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또는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는 못한다.
이 책에는 좋은 삶을 위한 고민 끝에 나온 성현들이 추구했던 가치와 지향이 좌우명으로 정리됐다. 그들의 좌우명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진 않았을 것이다. 위대한 성현들도 평생을 고민한 삶의 이유와 태도, 가치와 지향이 우리 같은 범부가 뚝딱 만들긴 어려운 문제 아닌가. 그래도 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르듯, 어떻게 살 것이고 무엇을 추구하며 행복한 삶을 살지 고민하다 보면 언젠가 그 아름다운 삶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윤인혁 프로필 사진
윤인혁 / 사회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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