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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아의 주책(술을 부르는 책들) 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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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노력의 기쁨과 슬픔
『초마인드』

마이클 하얏트, 메건 하얏트 밀러 지음,
임윤진 옮김, 다산북스, 2023년

 

경기도에 거주하는 장 모 씨는 61살 평생을 근면 성실한 서민으로 살아왔다. 스무 살 되던 해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중소기업, 아니 소기업의 사무직원으로 노동자의 삶을 시작해 화장품 방문판매, ‘야쿠르트 아줌마’ 등 수많은 업종에 몸담았다. 중간에 잠시 자영업을 하며 사업주로도 일했지만 지금은 다시 노동의 대가를 월급으로 받으며 살아간다.
배추, 밀가루, 막걸리, 휴지 등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 때마다 한숨을 쉬고 지자체에서 생활비 지원금을 받으면 계산기를 두드리며 잠시 안심한다. 몇 년 뒤 연금을 받기 시작한다 해도 굶주리지 않는 삶을 위해 노동을 계속할 것이다. 완전한 서민이다.
그런데 장 모 씨는 대중교통, 전기세 등 공공요금을 줄줄이 인상하고 대주주, 대기업, 고자산 계층의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을 지지한다.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화물연대노동자 파업 등 노동 단체의 목소리를 차단해도 응원한다.
자신의 권리를 전혀 대변하지 않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그의 모습은 괴이하다. 국격을 높이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작은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지지 사유는 슬픈 마음도 들게 한다. 그의 세계에는 국민을 위한 국가가 아니라 국가를 위한 국민이 존재한다.
장 모 씨의 딸 박 모 씨도 서민이다. 책을 만드는 노동자로 10여 년째 살고 있다. 주 5일씩 정해진 시간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출판사 사장에게 고용되어 일하고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정해진 시간 외에 저녁이나 주말에도 때때로 일을 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일을 욕심껏 잘 해내기 위해 약속된 시간 그 이상을 쓴다. 건강을 좀 해치더라도 열정을 쏟으며 만족한다.
박 모 씨는 장 모 씨처럼 자신의 권리를 전혀 대변하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고용주의 배를 불리는 데 스스로를 희생시키고 있는가?
일잘러를 꿈꾸며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을 갈아 넣을 때마다(아이러니다) 그런 고민을 한다. 이건 과연 누구를 위한 노동인가? 회사라는 조직의 매끄러운 부품이 되기를 자처하는가?
직원을 위한 회사가 아니라 회사를 위한 직원의 세계에 살고 있는가?
슬프게도 이 고민은 소모적이다.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과 언제나 대치되어 스스로를 풀 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 ‘노동자’라는 상태를 거래의 주체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도구로 보면 어떨까. 월급을 받지 않았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과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해야 해서 한 일들이 결국 나를 키우는 사례는 흔하다.
이제 성장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도전적 과제를 피하지 않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는 힘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박 모 씨가 자기계발서를 읽는 이유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 『초생산성』의 저자 마이클 하얏트는 이번 신작 『초마인드』에서 내 안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생 전략을 안내한다. 나를 안전하게 방어하기 위해 도전을 회피하게 만드는 뇌 속의 이야기꾼(내레이터)을 제어하는 방법이다.
“내레이터는 가끔 말도 안 되는 비약을 하기도 한다. 매출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그저 망해가는 경제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하고, 왜 저 차가 내 앞에 끼어들었을까 하는 질문에 운전자가 이를 데 없이 난폭해서라고 답하기도 한다.
우리가 게임에서 진 이유를 심판이 무능해서라고 답하거나 남편이 거짓말하는 이유가 바람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일이 일어난 이유를 그럴 만해서라고 답하기도 한다.
내레이터의 이런 대답이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초마인드』)
뇌는 교묘하게 행동을 조종하고 때로는 우리가 더 발전할 수 없도록 발목을 잡는다. 새로운 도전은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한 일이다.
하지만 거기에 성장은 없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는 대로, 뇌가 시키는 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때로는 나를 소진시키는 일도 피할 수 없다. 노력의 기쁨을 위해.

 

박윤아 프로필 사진

박윤아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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