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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작가들과의 대화_이수련

[숏평22] 짧고 강한, 서평연대의 출판 숏평!

영화작가들과의 대화_이수련

 

『영화작가들과의 대화』
(요나스 메카스 지음, 미디어버스)

 

영화란 무엇인가. 형태가 변모중인 산업에서 관객와 제작자 모두에게 넘어야 할 관문처럼 여겨지는 물음이다. 코로나 이후 부쩍 등장한 영화에 관한 영화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답을 내놓았다. 스필버그의 <파벨만스>부터 데미언 셔젤의 <바빌론>, 자파르 파나히의 <노베어스>는 모두 ‘나에게 영화는 이렇다’를 공표한다. 다시 말하자면, 영화는 개념이 아닌 이런 ‘나’들이 모여 흐르는 상태 또는 현상 그 자체이다.

 

뉴욕 실험.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대가 요나스 메카스는 20여 년간 영화작가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위 질문을 탐구한다. 질문은 ‘영화란 무엇인가’가 아니다. 렌즈에 담을 빛의 황홀경에 대해, 하늘에 영사하는 법에 대해, 제도권 밖의 예술에 대해 묻는다. 아녜스 바르다가, 존 카사베츠가, 스탠 브래키지가 답하는 방식에는 시적인 운율이 있다. 구축될 세계와 구축된 세계 그 사이에서, 자신을 사유하는 이가 만드는 틈새의 리듬이다. 질문의 정답은 없다. 하지만 리듬에 춤을 출 수는 있다. 춤을 췄다면, 손을 내밀자. 원을 만들자. 달에서 보면 분명 우리는 흐르고 있다.

 

이수련 / 9N비평연대

 

내 안의 악마를 꺼내지 마세요_윤인혁

 

내 안의 악마를 꺼내지 마세요
(이진숙 지음 / 행성B)

 

지금 이 시간에도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끔찍한 범죄들이 방방곡곡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바삐 몰려들어 피의자(혹은 가해자)에게 돌을 던지며 욕을 하고는 사라진다. 그리고 비슷한 범죄들이 다시 반복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 범죄자들은 왜 범죄를 저질렀나.

 

‘국내 1호 여성 프로파일러’로 유명한 이진숙은 자신이 겪은 사례를 짚어보며 피의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저질렀는지 풀어낸다. 그렇다고 피의자를 옹호하거나, 피의자가 모두 악마라며 비난하지 않는다. 자세한 묘사는 생략했지만, 그는 수많은 사건과 피의자를 인터뷰하며 범죄의 원인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작가는 피의자에게 초점을 맞추며 원인을 사회적 관심으로 귀결시킨다. 유아기에서 청소년기에 방임과 학대가 벌어지고, 가족 간의 갈등과 문제의 해결을 가정으로 국한하는 태도를 지적한다. 실제 그가 진술한 사례 중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어렸을 적 부모의 무관심과 학대 때문에 피의자가 자신 속의 ‘악마’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 놓이더라도 결국 악마를 끄집어내느냐, 나를 다스리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느냐 차이로 범죄가 발생한다. 이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작게는 가정이나 넓게는 지역사회와 국가의 적절한 지원과 관심을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부모나 자식, 인자한 이웃, 절친한 친구로 보였던 이들이 범죄자가 되기 전,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를 해줄 존재가 필요하단 말이다. 물론 범죄에 대한 단호한 처벌과 온정주의는 지양해야 하지만, 더욱 차갑고 내정해져만 가는 우리 사회에서 궁극적으로 따뜻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진 않을까. 이 책이 조금 더 빨리 나왔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작가가 던진 고민처럼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사회와 시스템이 범죄를 막기 위해 무엇을 노력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도 누군가가 제 안의 악마를 꺼내기 전에.

 

윤인혁 프로필 사진

 

윤인혁 / 사회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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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
(이수연 지음, 마리북스, 2024)

다양한 이유로 글을 쓸 일이 많아진 시대다. SNS 등의 짧은 글쓰기부터 일과 관련된 긴 글쓰기까지, 이런저런 글을 쓰다 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글을 잘 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히 깊이 파고들수록 문장의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고 배치하며, 다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숏평’을 쓰면서도 내가 과연 좋은 문장을 쓰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글을 쓰고 읽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확신이 들지 않을 때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를 찾아가곤 했다. 자주 헷갈리는 단어와 표현을 찾아보고, 문장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분석하는 데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는 훌륭한 가이드라인이 되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온라인가나다에서 17년 동안 일한 저자가 정리한 언어의 지도와 같다.
의미에 맞는 적절한 표현을 쓰는 방법부터 문장부호의 활용까지, 글쓰기의 진입 장벽과 같은 요소들을 빼곡하게 정리해 더 나은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이 책을 수십 번 정독한다고 해서 ‘완벽한 글쓰기’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책 속의 정보들이 축적되면, 분명 ‘더 나은 글쓰기’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현구
김현구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숲속의 자본주의자_다산초당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다산초당)
이른 은퇴 후 가족과 함께 숲속에서 사는 전직 기자의 에세이라니, 지친 도시인의 귀농 힐링 스토리가 떠오르는가?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오히려 삶의 태도를 말하는 이야기 철학서에 가깝다.
“어쩌다 또 도시에 살게 된다면, 더 정성스럽게 커피를 즐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숲속에서 커피와 인터넷 없이 살지만, 도시의 삶을 부정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즉,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자기 확신을 가졌으면서도 자본주의와 결별하지 않는 유연함이 있다. 책은 모든 장면에 걸쳐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자가 가진 여유 있는 태도를 보여준다. 특히 자족하는 삶의 자세는 저자의 느긋함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에게 의미를 찾아 떠나라고 말하는 대신 각자 자리한 곳에서 의미를 찾아보길 제안한다.
저자의 말을 이렇게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대상에 우선하는 것은 방식이다.’ 독서할 때 책을 왜 읽는지, 어떻게 읽는지 뚜렷이 알고 있다면 한 권을 읽더라도 밀도 있게 읽을 수 있거니와 다독에도 도움이 된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삶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일상의 장면이 더욱 풍부해질 뿐 아니라 더 멀리 나아갈 힘이 생긴다. 이렇듯 더 잘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한 발짝 속도를 늦추고 “자신이 가진 삶의 무늬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공혜리 프로필 사진
공혜리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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