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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꼽자면, IMF 시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지금 젊은 세대들은 그때를 어린 시절로만 기억하고 있고, 저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전국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확실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경제적으로 힘든 그 시기에 많이 증가한 범죄가 바로 경제범죄였던 걸 알고 계시는지요? 이 경제범죄에 해당하는 것은 ‘사기, 횡령, 배임’등이며, 그중에서도 사기는 1998년 20만 7천3백76건이나 해당하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기 범죄가 잦았다는 것인데, 다들 못 벌고 힘든 시기에 왜 그렇게 사기가 많이 일어난 것일까요? 이는 거짓말/사기가 가진 속성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1년 TED Global에서 공인 사기 시험관인 파멜라 메이어가 발표한 “How to spot a liar”에서는 거짓말의 본질을 소개합니다. 먼저, 거짓말은 상호 활동이라는 점입니다. 거짓된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는 힘이 없으며, 누군가 동의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은 거짓말을 듣는 데 동의해야 거짓말이 완성됩니다. 물론 상대방은 그것이 거짓으로 된 말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동의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동의해야 사기와 거짓말은 완성됩니다. 듣는 사람이 믿지 않으면 거짓말은 완성되지 못하죠.
우리는 언제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질까요? 상대방의 말이 합당하다거나, 그것이 나도 원하는 답일 때 그렇습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길 거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에 나도 그 팀이 이기길 바란다면, 그 말에 더 크게 동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요. 거짓말과 관련해 알아야 할 두 번째 본질은 거짓말이 이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그림으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욕망을 갖고 삽니다. 외모가 멋져지고 싶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인기가 많아지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상과는 달리 나는 외모가 평범하고, 혼자이며, 사랑은 부족하고, 인기도 애매하고, 돈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이상을 향해 노력하게 되지요.
IMF 시기에 사람들이 가장 크게 가졌던 욕망은 무엇일까요? 바로 ‘돈’이었을 겁니다. 유명한 대기업도 도산하는 걸 눈으로 보고, 회사에서 잘리고, 더 작은 방으로 이사 가야 했던 사람들은 큰 불안에 시달리며, 돈이라는 갈망이 매우 커지게 되었을 겁니다. 당장 나와 가족의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였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돈과 관련된 사기와 거짓말에 취약해졌습니다. 이전이라면 거짓과 사기의 징후를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지만,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돈에 대한 갈망이 그런 정보들을 깡그리 무시하게 하였죠. 지금까지의 두려움이 이 투자, 이 일, 이 한 방이면 사라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우리의 눈을 가린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코로나 때문에 경제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이 가장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식당에 가지 않고, 영화를 보지 않고, 놀러 가지 않고, 언제까지 이 시기가 이어질지 몰라 돈을 쓰지 않으려 합니다. 수익이 끊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사람들은 IMF 시기처럼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돈’에 대한 갈망 역시 엄청나게 커질 것입니다. 즉, 또다시 IMF 시기처럼 사기 범죄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을 준 것이지요.
여러분에게 여러분의 갈망을 채워줄 너무나도 적합하고 쉬운 기회가 주어졌다면, 의심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것은 나의 갈망 때문에 눈이 가려져서 말도 안 되는 요소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고, 이런저런 위험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조명국 책키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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