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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력(공혜리)

[숏평8] 짧고 강한, 서평연대의 출판 숏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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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Ö 오!』(라울 니에토 구리디 지음 / 나무말미)

 

백 마디 말보다 잠깐의 침묵이 더 깊게 와 닿을 때가 있다. 라울 니에토 구리디의 글 없는 그림책 『Ö 오!』가 그랬다. 인간에 의해 무너진 자연 속에서 겨울잠 자기를 포기한 곰의 이야기는 글로벌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아름다움과 낭만으로 다가오던 새하얀 눈이 잿더미처럼 보이고, 온통 흑백으로 둘러싸인 세계 속에서 고개를 내미는 몇몇 빛깔들은 전혀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색과 상징의 대비와 역전으로 한 겹, 파괴된 자연을 바라보는 피해 당사자인 곰의 시선으로 한 겹. 『Ö 오!』는 이렇게 한마디 말 없이 기후 위기에 대한 인간의 무거운 책임을 조명한다. 곰의 침묵으로부터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됨을 배운다.

 

김현구

(김현구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처음 식물(윤인혁)

『처음 식물』 (아피스토 지음 / 미디어 샘)

“일러스트레이터, 출판편집자, 유튜버 등 이른바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로 갓생(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는 아피스토에겐 또 다른 수식어가 붙는다. 바로 ‘식물집사’이다. 사무실 공간의 반을 식물에 내줄 정도로 푹 빠져있다. 묘사대로 그의 사무실을 그려보면 경이와 신기로 가득 차 있을 테다.

우리는 무언가를 좋아하면 알게 모르게 그에 대한 지식이 차곡히 쌓인다. 아피스토의 지식과 노하우도 애정의 세월을 따라 조금씩 깊이를 더해 갔으리라. 그리고 종국에는 대상을 통해 삶의 자세를 통달(?)하게 되는데, 그는 식물을 통해 “현재를 놓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다. 관심과 애정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단순히 모으는 수집가가 아니라, 대상을 사랑하고 깊은 관심을 투자하는 이들을 ‘덕후’라고 한다. 아피스토의 책을 덮고 나면 그가 ‘식물덕후’라는 사실에 살며시 웃음이 지어진다. 그리고 자신에게 되묻게 된다. 나의 공간을 무언가와 나눌 정도로 대상을 열렬히 좋아했던 적이 있을까. 그의 열정과 애정 따라, 한 번 쯤은 무언가에 깊이 빠져보고 싶은 충동이 몸을 감싼다.

윤인혁 프로필 사진

(윤인혁 / 사회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언어력(공혜리)

『언어력』 (이도영 / 창비)

AI는 상황이 펼쳐지는 공간, 세상 속 다양한 가치, 문제 해결을 위한 목적, 창의성, 개개인의 성격을 통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2021 AIX 보고서, LG전자 연구소) 위 5가지 요소를 통해 AI는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직접 경험할 때만 얻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은 살아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이야기가 쌓여 각자의 세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인간은 고유의 흐름을 만들고 스스로의 맥락을 가진다. 이러한 점이 AI는 따라잡을 수 없는, 인간이 가치를 지니는 지점이다. 언어는 이야기를 해석하는 툴이다. 『언어력』은 언어의 수많은 돌기를 짚어주며 해석의 다양한 가능성과 재미를 보여준다. 삶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프리즘을 통과시키는 순간이다.

공혜리 프로필 사진
(공혜리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컨텐츠비평협회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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