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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1

[연재] “생생! 미국 정착기” – #4. 뉴욕 주 운전면허증 도전!

미국에 와서 반드시 해야 할 미션 중의 하나, 바로 운전면허증 따기! 처음 정착한 동네가 워낙 걸어서 다닐 수 있다고는 하나, 애기 데리고 병원이라도 갈라치면 차 없이는 갈 수 없는, 그래도 여긴 미국이었다. 버스 노선이 간혹 보이긴 했지만, 노선도 짧았고 어떻게 타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았다. 결국 자력으로 모든 볼일을 해결하려면 내가 운전면허증을 따는 수밖에 없었다.     

운전면허1

감사하게도 이민 수속이 잘 진행되어 2006년이 가기 전에 워킹 퍼밋(Working Permit)이 잘 나와 주었다. 관광비자에서 이제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합법적인 임시 신분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주민등록번호인 소셜 시큐리티 번호(Social Security Number)도 신청하고 건강보험도 들게 되었으며 여기서 진짜 신분증으로 통하는 운전면허증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된 것이다.     

시험

한국에서는 그래도 1종 면허를 딴 전력이 있으나, 여기선 어떠한 인정도 받을 수 없었으니 아깝지만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우선은 필기시험 준비를 했다. 한인 업소록은 집집마다 한 부씩 챙겨두는데, 그 뒷면에 보면 영어와 한글 버전으로 필기시험 유형이 나와 있다. 그것을 참고해서 열심히 암기했다. 다행히도 한국어로도 시험을 볼 수 있다니 참 편리했다.     

시험2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나는 남편과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로 향했다. 그가 일하는 사무실이 JFK 공항 근처 자메이카에 있었는데, 그곳은 흑인들이 많은 동네였다. 예상은 했지만, 그곳 DMV에 들어서니 전부 다 흑인들만 눈에 들어왔다. 혼자 눈에 틔는 황색 인종으로 다니려니 살짝 겁도 났다. 주섬주섬 챙겨 온 서류로 등록을 마치고는 한국어 시험지를 받아 들고 시험을 치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말 번역이 어색하여 영어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모국어인데~ 다행히 공부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결과는 무사 합격! 이제 실기시험을 치를 자격을 얻었다.     

운전

사실 한국에서 면허증이 있었다고는 하나 거의 장롱면허 수준이었기에 주행 연습을 다시 해야 했다. 배우자에게 운전을 배운다는 생각은 애당초 접고, 동네 유명한 한인 운전학원 선생님을 강사로 모셨다. 실기시험 전까지 다양한 코스로 안내하며 운전을 가르쳐 주어서 자신감 쑥쑥! 선생님도 별문제 없이 붙을 거라 용기를 팍팍 불어넣어 주었다.  

   불합격

드디어 결전의 날! 그래도 운전엔 자신이 있었지만, 영어 소통에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바싹 긴장하고 있었다. 내 옆에 무게감 느껴지는 미국 여자 감독관이 턱 하니 앉아 있는데 왜 이리 떨리는지… 미국에 와서 그제까지 미국 사람을 제대로 대면한 일도 없는데, 단 둘이 차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입술이 바짝 타들어갔다. 감독관이 앞으로 가라는데 어랏, 차가 안 나가는 거다. 땀 삐질 흘리며 버벅거리는데, 난 시동도 켜지 않고 운전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 뒤 무슨 정신으로 코스를 마쳤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결과는 불합격… 다시 운전학원 선생님을 면목없이 찾으며 실전 연습을 몇 번 더 했다. 이번엔 정말 이변이 아니라면 꼭 붙을 거라는 강사님 말씀 새겨들으며, 더 쉽다는 코스를 선택하여 재도전! 이번에는 전보다 더욱 마음의 평정을 가지고 운전에 임할 수 있었다. 영어도 운전에 필요한 용어를 마스터하였기에(별거 없긴 하다) 소통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실기시험 두 번 끝에 드디어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합격     

면허증이 언제 오려나 학수고대 하는데, 거의 2주 만에 묵직한 봉투가 도착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뜯어보니 고대하던 면허증! 카메라 앵글을 잘못 보아서 거만한 듯 고개를 쳐들고 찍혀 버린 사진,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오케이. 그런데 이름이 ‘소’가 되어 버린 것을 발견하고는 속상한 마음 금할 수 없었다… 이유인즉 내 이름은 ‘소나’인데 한국에서 처음 여권을 신청할 때 ‘소’와 ‘나’ 사이를 띄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내밀 수 있는 증명서류가 여권이다 보니 공식적인 내 이름은 So, 미들네임이 Na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한국어 이름이 어려울 경우 일부러 한 글자만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내 이름은 마치 영어 이름인양 쉽고 발음하기 좋다고 자부하던 터에 이런 날벼락을 맞게 될 줄이야…   

<그러므로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처음 여권 만들 때 신중하게 이름을 붙여서 만드시길 권유드린다. 마침내 이름을 ‘Sona’로 바꾸기까지 10여 년이 걸렸다. 시민권을 딸 때까지 기다려서 말이다.>   

합격2

새겨진 이름에 아쉬움이 풀풀 남았지만, 그래도 감사했다. 드디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통용되는 신분증이 생긴 것을, 그리고 어디든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 것을!   

어리버리 한국 아줌마, 험한 뉴욕을 과연 잘 누비고 다닐 수 있을 것인가. To be continued~

 

-글: 에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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