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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회를 담는 그릇, 용기 – 미국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나 제주로 발령 났어. 2년 동안 근무해야 하고, 다음 달부터 제주로 출근하래” 남편의 목소리는 꽤 들떠 있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제주를 여행할 때, ‘다음 근무지는 제주로 신청할까?’ 했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제주 여행의 좋았던 기억은 많지만, 막상 그곳에 가서 살아야 한다고 하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막막함이었다. ‘이사는 어떻게 하지, 살던 곳을 떠나서 낯선 곳에서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행기나 배가 없으면 육지로 나오지도 못할 텐데, 부모님께 급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오지?’ 별 별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동네에서 동네를 옮기는 것이 아닌 육지에서 섬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이 상황이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런데 이 여자는 제주도 아닌 미국이라니! 발령이 아닌 이민이라니!

 

《미국에서 살기로 했습니다》는 한국에서의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을 떠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나기로 한 박소나의 용기와 그녀가 이루어 낸 소박한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이야기이다. 낯선 나라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상상이 남편의 이직으로 현실이 되었을 때 그녀가 느꼈을 설렘과 부푼 희망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민을 ‘새로운 인생의 기회’라고 생각한 그녀는 ‘우리 가족에겐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기대를 품었다. 한껏 부푼 기대는 언어의 장벽 앞에 자주 무너졌다. 하지만 저자는 슬기롭게 방법을 찾았다. 책 안에 부록처럼 있는 ‘슬기로운 미국생활Tip’은 그야말로 박소나만이 전해 줄 수 있는 꿀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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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 낯선 동네에 말 붙일 사람이라곤 남편밖에 없는 상황의 저자는 친구에 굶주렸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유모차를 끌고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동양인 엄마라도 보이면 혹시 한국 사람인지 궁금해 했고, 한국인이라면 손 붙잡고 인사를 나누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녀의 마음속에는 ‘한국인을 찾아 헤매는 한 마리 외로운 하이에나’가 살고 있지 않았을까?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촌스러운 속담이 영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영어의 홍수 속에 주눅 들었던 저자는 남편이 올 때만 기다리며 무대책으로 눌러 앉자 있지 않았다. 영어의 지경을 넓혀 가리라 마음먹었다. 영어를 쓰려면 미국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며 도서관의 무료ELS를 시작해서 나중에는 대학의 ELS를 수료했다. 드디어 영어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미국을 잘 알려면 사회생활을 해 보는 게 좋아. 집에만 있으면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 진짜 힘들 거야.” 남편의 충고는 요즘말로 ‘뼈 때리는 말’이었다. 영어를 잘 몰라도 무작정 취업해 보자는 마음을 갖고 여행사를 시작으로, 가발회사 리셉셔니스트와 창고 사무 보조로 일하게 된다. 그러면서 마트의 주부모니터로, 회사의 뉴스레터 편집장으로 활약하고, 또 교회 잡지 창간에도 참여한다.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남편의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아이 유모차를 밀고 동네를 떠돌기만 했다면 우리는 지금 이 책을 읽지 못했을 것이다.

 

박소나 작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일들을 ‘인생의 멋지고 신기한 기회들’이라고 썼다. ‘될 일은 이렇게 쉽고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유난히 좋은 기회들이 그녀에게만 다가갔을까? 그녀는 단지 운이 좋은 사람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녀에게 다가온 좋은 기회는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 있는 기회’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들은 기회가 아니다. 어찌 보면 난관이고 장벽이고 그야말로 문제였다. 하지만 저자는 자기 앞에 닥치는 일들을 헤쳐 나가야 할 문제로 보지 않았다. 문제를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였다.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 믿으며 기다리고, 준비하고 마침내 그녀는 움직였다.

 

박소나 작가는 좌충우돌 부딪히며 배우고 경험했던 모든 시간과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낯선 타국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신감과 용기를 자산으로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둘째 아이를 낳고, 부모 모임에 나가며 자기 자신의 삶과 부모로서의 삶을 균형 있게 살아가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 쓰임 받는 행복을 만끽한다. 학교 보조교사로 봉사하고, 나중에는 미국 학교의 특수 교육 어시스턴트로 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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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회의감에 빠지지 않고 재능과 경험을 살려 일하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좌절하지 않고 버티게 하는 힘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경험이 쌓일수록 조금씩 솟아나는 자신감을 보너스라고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에는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감사’와 ‘용기’라는 말이다. ‘기회’와 ‘도전’이라는 말도 많이 나온다. 박소나에게 용기는 기회를 담는 그릇이다. 그녀가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기회는 그녀 삶에 담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국생활이 매일 행복한 순간만 있지는 않았을 텐데, 어느 순간에도 도망치지 않았던 당당함은 그녀 마음 안에 품은 용기 덕분일 것이다. 용기는 평범한 사람도 비범하게 만든다.

 

원래 꿈이 작가였다는 저자는 머나먼 미국 땅에서 소수민족 이민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로 다가가기를 바란다며 서문에 이렇게 썼다.
“우리 인생에 찾아오는 크고 작은 기회와 마음의 소리를 따라 그 속으로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실패와 성공의 징검다리를 건너서 자신이 그리던 꿈에 성큼 다가서게 되리라. 한결 더 단단해져 있는 자신의 모습으로”

 

상대가 쓰는 말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녀는 참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회가 되면 꼭 만나보고 싶어졌다. 자신의 당부대로 그녀는 인생에 찾아오는 기회를 꿈으로 바꾸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새로운 꿈은 미국학교에서 정식교사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그녀가 정식교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박소나 작가의 두 번째 책의 제목은 “미국에서 선생님이 되었습니다”가 되지 않을까. 그녀의 새로운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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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정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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